바닥에 내동댕이쳐도 멀쩡한 스마트폰, 꿈의 '유리' 나왔다

머니투데이 코닝(미국)= 특별취재팀 정진우 , 조철희 , 이미영 기자 2015.04.0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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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크리스티 팸비앙키 코닝 부사장이 말하는 혁신 비결

편집자주 기업의 숙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이제 성공을 위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야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탐색'(exploration)이 기존 사업의 '활용'(exploitation)만큼 중요해졌다. 조직 전체의 실행력도 이에 연계, 재정의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업에 맞는 미래전략과 실행력을 재정의하기 위해 50명의 글로벌 석학들과 50곳의 글로벌 혁신 선도기업 혁신담당자,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코닝이 만든 고릴라글라스4. 1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사진= 코닝코닝이 만든 고릴라글라스4. 1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사진= 코닝


한 여성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6엣지'를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놀랍게도 스마트폰 액정이 멀쩡하다. 작동도 정상적으로 된다. 최근 전 세계 누리꾼들이 열광한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쉽게 깨지는 액정이었음을 감안하면, 분명 스마트폰에 놀라운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삼성의 혁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액정유리를 만든 회사는 따로 있다. 바로 미국의 혁신 기업 코닝(Corning)이다.

삼성은 갤럭시 S6와 S6엣지의 액정을 코닝의 고강도 강화유리 '고릴라글라스4'로 장착했다. '고릴라글라스4’는 기존 스마트폰 강화 유리보다 강도가 2배 이상 강하고, 1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코닝의 164년 혁신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신제품 유리가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1851년 설립된 코닝(미국 뉴욕주 코닝시)은 특화된 유리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거듭, 그 어떤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장수기업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전 세계 50여개 나라 60개 이상의 제조시설에서 3만5000명이 일하고 있는 코닝은 조직 내 혁신 DNA를 오랜 역사를 통해 확산시킨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단기 성과보다 긴 안목으로, 무엇보다 실패를 용인하는 유연한 조직문화로 혁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100년간 기술 개발책임자가 바뀐 게 단 7번 뿐이라는 게 이를 증명한다. 실패를 했을지라도 직원들이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고, 바로 여기서 혁신을 위한 실행력이 나왔다고 코닝은 자부한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미국 뉴욕주 코닝 본사에서 크리스티 팸비앙키 인사담당 부사장을 직접 만나 혁신의 비결을 들어봤다.
크리스티 팸비앙키 코닝 부사장/사진= 특별취재팀 크리스티 팸비앙키 코닝 부사장/사진= 특별취재팀
- 코닝이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었던 배경엔 특별한 조직 관리 시스템 덕분인 것 같다.
▶ 코닝 직원들은 발명에 대한 헌신과 혁신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코닝은 수평적인 팀(Cross Functional Team) 문화를 통해 이를 이끌어가고 있다. 혁신 프로젝트엔 초기부터 프로그램 매니저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 매니저는 비즈니스 개발, 상업화, 제조 총괄, 기술 리더 역할을 맡는다. 이 팀은 혁신이 무엇인지를 알아 내고자 할 뿐만 아니라,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플랜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 능력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다시 대량 생산으로 실행 가능한지를 확인한다.



- 혁신조직이 잘 구성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 코닝은 '재빠르고 유연함'(Agile)을 중요하게 여긴다. 새로운 고객의 소리를 잘 듣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혁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5~10명 정도의 소그룹으로 조직을 만들어 운영한다. 코닝엔 또 기술 펠로우(Technical Fellow)란 그룹이 있다. 30년 넘게 발명을 하면서 특허나 논문도 많이 낸 과학자들로 회사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는 기술 펠로우를 프로젝트 팀에 참여시켜서 회사 내 여러 작은 팀들의 연구를 살펴보고 그들의 통찰력을 제시하면서 “이런 것을 생각해 봤는지, 저런 것은 생각해 보았는지”를 물어보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직원을 연결해주는 등 팀 전반의 커넥터와 같은 역할을 맡긴다.

-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 코닝은 'Team Consensus Decision Making'(팀 합의 결정체)란 시스템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프로그램 매니저를 중심으로 팀내에서 올바른 전략인지, 바람직한 방향인지 결정한다. 이런 방식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게 전 세계에 코닝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160년이 넘은 큰 제조 기업에겐 독특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 혁신을 위한 연구자들은 얼마나 있나?
▶ 코닝은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해 왔다.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과학 및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혁신을 해왔다. 코닝은 혁신을 위해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중앙 집중의 기술조직을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 모스 최고기술책임자를 수장으로 본사 연구소에 약 2000여명의 연구원이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코닝은 매년 전체 매출(2014년 기준 약 100억 달러)의 약 9%를 R&D 부분에 투자하고 있다.
크리스티 팸비앙키 코닝 부사장/사진= 특별취재팀크리스티 팸비앙키 코닝 부사장/사진= 특별취재팀
- 혁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소규모 집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는 현존하는 어떤 비즈니스에도 속하지 않는 신규 사업이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는 업무 방식이다. 이러한 협업이 혁신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새로운 비즈니스로 만들어진다. 이 프로그램이 회사 내의 스타트업 역할을 한다.


- 코닝엔 5단계 혁신 프로세스가 있다고 들었다.
▶ 1단계는 컨셉을 증명하는 단계다. 1단계가 끝나면 팀 리뷰를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1단계는 초기단계로 아이디어 단계이며 가능한 시장이 있다면 2단계로 간다. 2단계에선 이 시장에 우리가 발명할 제품이 있는지, 또한 그 발명할 제품이 현재 또는 기존 시장 제품보다 더 나은 특장점과 시장성을 가질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3단계는 잠재 고객이 있고, 컨셉 단계에서 실제로 시장에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이의 실용성을 테스트 하는 단계로 매우 어려운 단계다. 4단계 확장 및 제조하는 단계, 5단계는 완전 상업화 단계다. 혁신 단계에 있는 중요 프로그램 리뷰는 최고기술책임자와 최고혁신책임자를 수장으로 성장실행협의회(Growth Execution Council) 운영를 통해 하고 있다.

- 혁신을 위해선 역시 회사의 전략이 중요할 것 같다.
▶ 앞에서 언급한 기술 펠로우 운영이 좋은 예다. 이들은 혁신 프로그램 관리(Governance of the Innovation Program)를 통해 팀들이 필요한 도움을 적절하게 받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핀다. 또 혁신 프로그램 매니저들에게도 묻는다.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성공한 프로그램에 대해선 무엇을 배웠는지, 리스크는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본다. 우리가 혁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혁신 프로그램 매니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혁신을 위한 어떤 도구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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