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와 정치인 공통점은...韓보험만족도 세계최저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5.04.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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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제미니 2015 보고서, 보험신뢰도 30개국 중 25위...금감원 "보험민원이 전체절반"

TV나 홈쇼핑에서 접하는 보험사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믿음' 혹은 '신뢰'다. 보험상품은 '장기간의 복잡한 약속'이기 때문에 '약속이 성실하게 지켜질 것이라는 소비자의 믿음'이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만족도는 전세계 꼴찌다. 금융민원의 절반이 보험민원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는 정치인과 더불어 직원신뢰도 최하위 직업으로 꼽혔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왕' 이었던 고객이 보험금을 받느라 진땀을 빼야하는 게 현실이다. 설계사의 잦은 이동으로 '고아계약'이 양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보험설계사와 정치인 공통점은...韓보험만족도 세계최저


◇보험소비자 만족도 25위, "설계사, 정치인만큼 못믿어요"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Capgemini)가 최근 발표한 '2015년 세계 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3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보험 소비자경혐평가지수(CEI)는 25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보험소비자의 긍정적인 경험에 대한 응답률은 15%로 30개국 중 최하위였다.

아시아 국가 중 중국(16위), 인도(17위), 홍콩(20위), 대만(22위)의 보험 만족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았으며, 멕시코(9위), 브라질(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3위)에도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캡제미니는 보험상품, 판매채널, 라이프사이클 등 3가지 차원에서 만족도를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과 2014년에도 29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몇 단계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하위그룹에 머물렀다.

독일 시장조사 연합(GFK Verein·2014))이 세계 25개국을 대상으로 보험설계사 등 32개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 설문조시를 실시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최하위인 32위로 나타났고, 보험설계사가 31위를 차지한 것. 보험설계사 신뢰도가 정치인만큼 '바닥'이란 뜻이다.

◇금융민원 둘 중 하나는 보험…'계약할 땐 왕, 보험금 받을 땐 뒷전'=금감원에 최근 발표한 지난해 금융민원 결과에 따르면 6만8631건의 민원 중에서 보험 민원이 4만4054건으로 56.0%를 차지했다. 금융민원 가운데 절반이 보험민원인 셈이다. 은행이나 비은행에 대한 민원은 전년대비 각각 3.4%, 14.4% 줄었지만 보험민원은 도리어 12.0% 늘었다. 금감원이 "보험민원을 감축하라"고 각 보험사에 특명(?)을 내렸음에도 보험소비자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보험금 산정이나 지급과 관련된 민원이 전년 대비 13.2%(+3879건) 급증했다. 보험계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소비자는 최우선'이지만 정작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설명이다. 보험사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이 악화되자 각 보험사들이 지급심사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년만에 떠나는 설계사 10명중 7명..'고아계약' 양산=보험에 가입한 뒤 1년 넘게 계약을 유지한 비율(13회차 유지율·2013년 기준)은 83.5%에 달하는데 2년 넘게 유지한 비율(25회차유지율)은 69.1%로 뚝 떨어진다. 10명 중에서 최소 3명은 2년 안에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셈이다. 13회차 유지율이 80%를 넘은 것은 고무적이나 90%를 넘어선 일본에 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낮은 것은 계약을 관리해 줄 보험설계사의 잦은 이동과 관련이 있다.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면 이전에 맺은 계약들이 방치되기 때문에 '고아계약'이 양산된다. 우리나라 설계사의 13개월차 정착률은 30%대 중반대로 캐나다(80%), 미국·일본(60%)에 크게 못 미친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계약은 본질적으로 권리·의무 관계가 복잡해 갈등의 소지가 많다"면서 "이를 뒤집어 보면 복잡한 보험계약을 잘 설명하고 이로 인해 파생하는 소비자 불편함을 해소한다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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