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나라 보험만족도는 전세계 꼴찌다. 금융민원의 절반이 보험민원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는 정치인과 더불어 직원신뢰도 최하위 직업으로 꼽혔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왕' 이었던 고객이 보험금을 받느라 진땀을 빼야하는 게 현실이다. 설계사의 잦은 이동으로 '고아계약'이 양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시아 국가 중 중국(16위), 인도(17위), 홍콩(20위), 대만(22위)의 보험 만족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았으며, 멕시코(9위), 브라질(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3위)에도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시장조사 연합(GFK Verein·2014))이 세계 25개국을 대상으로 보험설계사 등 32개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 설문조시를 실시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최하위인 32위로 나타났고, 보험설계사가 31위를 차지한 것. 보험설계사 신뢰도가 정치인만큼 '바닥'이란 뜻이다.
◇금융민원 둘 중 하나는 보험…'계약할 땐 왕, 보험금 받을 땐 뒷전'=금감원에 최근 발표한 지난해 금융민원 결과에 따르면 6만8631건의 민원 중에서 보험 민원이 4만4054건으로 56.0%를 차지했다. 금융민원 가운데 절반이 보험민원인 셈이다. 은행이나 비은행에 대한 민원은 전년대비 각각 3.4%, 14.4% 줄었지만 보험민원은 도리어 12.0% 늘었다. 금감원이 "보험민원을 감축하라"고 각 보험사에 특명(?)을 내렸음에도 보험소비자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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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험금 산정이나 지급과 관련된 민원이 전년 대비 13.2%(+3879건) 급증했다. 보험계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소비자는 최우선'이지만 정작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설명이다. 보험사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이 악화되자 각 보험사들이 지급심사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년만에 떠나는 설계사 10명중 7명..'고아계약' 양산=보험에 가입한 뒤 1년 넘게 계약을 유지한 비율(13회차 유지율·2013년 기준)은 83.5%에 달하는데 2년 넘게 유지한 비율(25회차유지율)은 69.1%로 뚝 떨어진다. 10명 중에서 최소 3명은 2년 안에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셈이다. 13회차 유지율이 80%를 넘은 것은 고무적이나 90%를 넘어선 일본에 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낮은 것은 계약을 관리해 줄 보험설계사의 잦은 이동과 관련이 있다.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면 이전에 맺은 계약들이 방치되기 때문에 '고아계약'이 양산된다. 우리나라 설계사의 13개월차 정착률은 30%대 중반대로 캐나다(80%), 미국·일본(60%)에 크게 못 미친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계약은 본질적으로 권리·의무 관계가 복잡해 갈등의 소지가 많다"면서 "이를 뒤집어 보면 복잡한 보험계약을 잘 설명하고 이로 인해 파생하는 소비자 불편함을 해소한다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