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억?" IPO 기대 한국거래소 여의도 땅값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5.02.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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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서울사무소 토지, 자산재평가시 차익 3000억원 이상 기대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한국거래소가 6년 만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기업공개(IPO)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진한 실적이 상장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의도 부지를 비롯한 토지를 재평가할 경우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논의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172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2년 729억원, 2013년 28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이익도 2011년 2602억원에서 2013년 367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9년~2011년 10%를 상회했지만 2013년에는 1.7%까지 떨어졌다.



거래소의 실적 추이는 실적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상장하는 다른 일반적인 기업과 정반대 모습이다. ROE가 높은 홍콩과 싱가포르 거래소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개선된 후에 상장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거래소가 보유한 여의도 토지를 재평가할 경우 기업가치가 올라가 IPO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재평가란 기업의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의 장부가가 시가와 차이가 있을 때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유형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자산의 증가 △이연법인세 증가(부채의 증가) △자본금 증가가 나타나게 된다. 주가 측면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진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PBR은 약 1.3배 정도다.

한국거래소가 보유한 부동산 중 핵심 토지는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영등포구 여의도동 33번지(도로명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76 한국거래소)다. 이 토지의 면적은 2만7081㎡이며 개별공시지가는 2014년 기준 ㎡당 1075만원이다. 개별공시지가를 면적에 곱하면 토지가격은 약 2911억으로 산출된다.

2013년 기준 한국거래소의 재무상태표에는 유형자산 가운데 전체 토지의 가치가 취득가 기준인 1096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여의도 토지의 가치만 공시지가 기준으로 계산해도 전체 토지의 장부가를 약 1815억원 웃돈다.


게다가 2911억원은 공시지가를 단순히 곱한 가격일 뿐 감정평가법인이 재평가하면 경우 실제 토지가치는 훨씬 커진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주변 여의도 일대의 토지에 대한 호가는 상업용 부지의 경우 평당(3.3㎡당) 1억원, 상업용 부지가 아닐 경우 평당 6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당 실거래가가 1800만원~3000만원에 이른다. ㎡당 1800만원만 잡아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토지의 시가는 4875억원이라는 게산이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전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PBR을 떨어뜨려 저평가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다. 홍콩, 싱가포르 거래소는 PBR 10배에 거래되고 있고 유럽 거래소들도 PBR 3배 수준이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차익이 나면 회계상 법인세가 발생한다. 재평가적립금에 예상법인세율을 곱한 만큼 이연 법인세 부채가 발생하고 나중에 토지를 매각할 일이 있을 때 실제 법인세가 발생하게 된다. 이연법인세 부채는 부채에 계상되고 법인세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재평가 차액이 자본에 반영돼 부채비율은 떨어진다.

한편, NH투자증권은 합병으로 거래소 지분 7.5%를 보유하게 돼 5% 초과분을 매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지분 매각 가격이 거래소 기업가치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증권사는 거래소 지분을 5%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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