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손' 김정주, 이번엔 엔씨소프트 차례?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5.01.2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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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플 '던전앤파이터', 게임하이 '서든어택' 이어 엔씨소프트 가능성

김정주 NXC 회장/사진제공=넥슨김정주 NXC 회장/사진제공=넥슨


네오플, 게임하이(현 넥슨GT), 엔도어즈.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이 보여줄 또 하나의 M&A(인수합병) 작품이 엔씨소프트가 될까.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할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넥슨의 경영 참여 수준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넥슨의 '변심'이 적대적 M&A로 이어질 경우 엔씨소프트 경영진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넥슨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게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넥슨이 M&A로 빠르게 성장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넥슨에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네오플)', 서든어택(게임하이), 영웅의 군단(엔도어즈) 등을 모두 M&A를 통해 확보됐다.

모든 M&A의 중심에는 당연 김정주 넥슨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투자의 귀재'로 평가받는다. 특히 김 회장은 오랫동안 한 기업을 중점적으로 관찰한 후 큰 금액을 베팅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익숙하다. 엔씨소프트 역시 그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김 회장의 M&A 능력은 2004년 처음으로 발휘됐다. 이전까지 '바람의나라',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등 자체 게임을 서비스하던 넥슨은 2004년 '퀴즈퀴즈' 개발자 이승찬 대표가 설립한 위젯을 인수하며 첫 M&A 신고식을 치렀다.

'M&A 큰손' 김정주, 이번엔 엔씨소프트 차례?
넥슨에서 퀴즈퀴즈를 개발하던 이 대표가 회사를 설립해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했으나 서비스를 맡았던 넥슨이 위젯을 인수해 다시 이 대표를 품에 안은 것. 이때 확보한 메이플스토리는 현재 총 60여 개국에 1억7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성장해 넥슨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5년에는 권준모 대표(현 네시삼십삼분 의장)가 이끌던 인텔리전트(넥슨모바일로 사명 변경 후 흡수합병)를 인수했다. 권 대표는 이후 넥슨 공동대표직과 함께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2008년 당행한 네오플 인수는 지금까지도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최고의 M&A다. 당시 4000억 원을 투자해 네오플을 인수할 때만 해도 '너무 많은 가격을 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으나 네오플은 지금까지도 넥슨 총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에 인수한 게임하이도 마찬가지. 넥슨이 '서든어택'을 확보하기 위해 베팅한 금액은 12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서든어택은 현재도 국내에서 PC방 점유율 2~3위를 유지하고 있어 넥슨의 '캐시카우'로 꼽힌다.

2010년에는 '군주', '아틀란티카' 개발사인 엔도어즈를 약 2000억 원에 인수했고, 엔도어즈는 모바일게임 '영웅의 군단'으로 넥슨에 톡톡히 보답했다. 이 밖에도 2012년에는 일본 대형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글룹스와 인블루 등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모바일사업을 강화했다.

수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치며 넥슨은 연 매출 1조6000억 원을 올리는 국제적인 게임사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캐주얼게임을 기반으로 MORPG(다중사용자역할수행게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FPS(1인칭 총싸움) 등 다양한 장르에 전문성을 둔 게임사를 흡수함으로써 넥슨의 사업구조를 탄탄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부터 김 회장은 또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해 6월 레고 온라인 장터 '브릭링크'를 인수하더니 12월에는 노르웨이 유아용품업체 스토케를 인수했다. 이후에는 미국에서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에 참여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게임 산업과 관련 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소프트뱅크벤처스 포럼에 나선 김 회장은 "한국에 게임편중 현상이 심하다"며 앞으로는 아이디어 사업에 투자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도 기존 김정주 회장의 노선과는 조금 다르다. 특히 인수 대상 기업과 넥슨이 윈-윈 했던 과거와 달리 경영권 참여 선언만으로도 엔씨소프트의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의 최종 귀결점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기업결합'을 넘어선 또 하나의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넥슨은 "이번 공시는 경영 참여로 보유목적 변경공시를 한 것일 뿐"이라며 "엔씨소프트와 대화를 통해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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