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사태 키워드' 분쟁이냐, 주가냐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강미선 기자 2015.01.2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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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공시 전 엔씨에 사내이사 요구 '경영권 분쟁'…주가 회복 위한 '공조' 가능성도

'엔씨 사태 키워드' 분쟁이냐, 주가냐


넥슨과 엔씨소프트 (184,500원 ▲600 +0.33%)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일까. 아니면 '큰 손들의 짜고 치는 작전'일까.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 발표 배경에 업계의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측에 '사내이사 파견'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넥슨의 의지가 그저 선언이 아닌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넥슨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극단의 상황도 제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의 시각은 △주가 부양 카드 △넥슨의 당연한 권리 △투자자로서 넥슨의 엔씨소프트 압박 등이 교차한다. 극단적 경영권 분쟁은 두 기업 모두 부담이라는 의미다.

◇넥슨, 공시 전 엔씨측에 사내이사 자리 요구했다



28일 넥슨과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넥슨은 공시 수일 전 최대주주 자격으로 엔씨소프트측에 사내 이사 파견을 요구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말하던 넥슨이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자마자 사내이사를 요구하니 엔씨소프트측이 쉽게 수용할 수도 없고, 시장에 대한 반응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라며 "경영 참여 '의중'을 공개적으로 하고 대처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넥슨은 2014년 10월 엔씨소프트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여전히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엔씨소프트측은 불쾌함과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상황만 보면 27일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 공식화는 작년 10월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추가 매입 이후 차분히 준비된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높다. 엔씨소프트 역시 그때부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했을 법하다.
'엔씨 사태 키워드' 분쟁이냐, 주가냐
◇최대주주 넥슨, 권한행사 뭐가 문제?

기업결합까지 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권에 참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애초 '동맹 관계'를 맺은 목적이 대형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공조였기에 '상도의상' 대주주 간 깊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올 뿐이다. 결국 문제는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의 교감이다.


'사내이사 파견 거부→공시'만 보면 어느 수위든 경영권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오는 3월 열릴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3월 28일로 임기가 만료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을 스스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넥슨이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고 김 대표가 맞서게 될 경우에는 주총 전까지 엔씨소프트 지분에 대한 양측의 추가 매집과 우호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는 현재 엔씨소프트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가 다시 1대 주주가 되려면 최소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넥슨이 대표 교체가 아닌 사내이사 선임을 통한 이사회 참여 수준의 경영개입을 원한다면,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 정관에서 정한 이사진은 정원이 모두 7명(3인 이상)이다. 김택진 대표를 비롯한 사내이사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넥슨이 정관을 개정하려면 주총 특별결의(출석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및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가 필요하다. 우호지분이 필요하다. 엔씨소프트가 이를 수용할 수도 있다. 이 조차도 반대한다면 엔씨 역시 우호지분이 필요하다.

'엔씨 사태 키워드' 분쟁이냐, 주가냐
◇주가 부양책? 실제 그렇잖아!

어떤 시나리오든 지분 경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날 상한가인 21만7000원까지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경영권 분쟁 이슈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태를 '주가 회복'을 위한 '두 남자의 공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김택진 대표가 김정주 회장의 의견을 수용하되 시장에서 해결하자는 취지로 합의했다면, 주가는 회복되고 대주주의 경영 참여 모양새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주주의 '압박용 카드'로 보다 공격적 의사표현을 한 것이거나 최대주주로서 투자 가치가 매입 당시보다 떨어져 있어서 주주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지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기 이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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