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입구에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신현우 기자
지난달 초에 찾은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입구에는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낮시간임에도 이미 술에 취한 사람부터 무작정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나이대는 천차만별이었으며 40~80세 사이로 보였다.
서울시는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쪽방촌 인근에 컨테이너로 된 임시주거시설이 설치돼 있다./사진=신현우 기자
쪽방촌 거주 한 주민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곳을 찾는데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지 구경을 하러 오는 곳은 아니다"라며 "언론에서 가끔 취재를 한다면서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하지만 막상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에 주민들이 나와 있다./사진=신현우 기자
이 시각 인기 뉴스
쪽방촌에서 만난 이 모씨는 "몇 만원이 없어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골방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공간이 협소한데다 난방 여건도 좋지 않아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며 "환기가 안 되는 만큼 더운 여름에는 집에 있을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 쪽방촌이 형성돼 있다. 성인 2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임대료가 25만원 수준이다. 영등포역 인근에 위치한 임대료 25만원의 쪽방./사진=신현우 기자
서울시 관계자는 "영등포 쪽방촌의 경우 한때 임대료가 하락했다가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임대인들에게 임대료 상승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월세가 20만원 선에 달하지만 시설은 그리 좋지 못했다. 방만 덩그러니 있는 게 대부분이었으며 세간살이는 많지 않았다. 쪽방 한곳을 직접 들어가 보니 옷, 이불, 텔레비전 외에 별다른 집기는 없었다.
세면시설 등이 공용으로 있는 곳이 거의 없고 쪽방촌 주민들 대부분이 공용화장실 등에서 세면을 하고 있다는 게 영등포 쪽방 상담소의 설명이다.
쪽방에서 10년째 거주 중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한 할아버지는 "사업하다 실패해서 흘러들어온 사람부터 자식들에게 버려져 오갈 때 없이 떠돌다 이곳에 정착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고 있다"며 "일용직으로 일하는 젊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월만 보내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