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도는 '임대정책' 해법이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4.11.2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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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간임대 유인책 강화]<2>정부, '기업형 임대사업' 집중 육성한다는데…

그래픽=김헌정그래픽=김헌정


정부가 전세의 월세전환 가속화에 대비해 2015년도 주택정책 방향을 '민간임대사업 활성화'에 맞췄다. 전세의 월세전환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로 보고 새로운 임대시장 환경 조성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특히 민간임대 중에서도 '기업형 임대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부담으로 공공임대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지금과 같은 개인 위주의 민간임대 구조로는 관리가 어렵고 정책효과도 극대화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은 공급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라며 "개인 중심의 민간임대는 공급을 늘리는데 시간이 걸리고 관리가 제대로 안돼 주택품질을 높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헛바퀴 도는 민간임대사업 활성화 정책
사실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된 과제다. 과거부터 정부는 민간의 매입·건설임대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규제완화와 세제·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현 정부들어서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늘리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제도들도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준공공 임대주택'과 '민간제안 임대리츠'다. 지난해 말 시행된 준공공 임대주택은 매입임대주택의 확장판으로 10년 의무 임대기간을 준수하면 취득세, 재산세 등 각종 세재혜택과 저리의 주택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업형 임대사업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 민간제안 임대리츠는 민간이 제안하고 주택기금이 민간과 공동으로 투자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이 주어진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성과는 극히 미진하다. 각종 혜택을 쏟아 부어도 제도권 하에서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개인이나 기업은 많지 않다.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지난해까지 등록 임대사업자는 8만9명. 이들이 등록한 임대주택수는 161만6221가구로 전체 임대가구(약 770만가구)의 20% 정도에 그친다. 이마저도 LH 등의 공공임대를 제외하면 순수 민간임대는 약 60만가구에 불과하다.

새롭게 도입된 준공공 임대주택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시행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등록자는 94명. 등록 임대주택은 451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성과가 부진하자 국토부는 지난 9월 준공공 임대주택의 면적제한을 폐지해 다가구주택도 등록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기준을 완화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각종 혜택에도 정부의 민간임대사업 활성화 방안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임대시장이 조세 및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돼왔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행법상 과세대상인 임대소득이 마치 비과세로 용인돼왔기 때문에 세제혜택 등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전체 임대주택의 94% 이상이 임대소득 과세망에서 누락돼 있다"며 "이처럼 제도권 내에서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감면 메리트가 임대주택 공급확대의 유인책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헌정그래픽=김헌정
◇기업형 임대사업자로 꼬인 실타래 풀릴까
정부의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중 그나마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민간제안 임대리츠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 용산구 동자동과 강동구 길동 일대에 5~10년간 임대주택 758가구를 공급하는 민간제안 임대리츠의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주택기금 423억원을 출자키로 했다.

단 2개 민간제안 임대리츠로 준공공임대주택 1년치보다 1.7배 많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셈이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이나 영세업자에 비해 단기간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고 관리도 쉬운데다 주택품질도 높일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선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순 있지만 주거비 부담 등 서민주거안정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영리추구가 목적인데다 주택 품질이 올라가면 임대료도 자연스레 상승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매입임대는 최초 임대료 산정시 특별한 제약이 없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제도 하에서 기관들의 기대 수익률(5~6% 내외)을 맞추려면 임대료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며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 같은 지적을 인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츠 등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기본적으로 소득 4~6분위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며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은 공공임대리츠 등 다양한 공공임대로 주거안정을 도모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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