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 전격 사퇴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4.11.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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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이사회와 논의 없이 '사임' 독자 결정…즉각 '줄사퇴' 없을 듯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금융당국으로부터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아왔던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20일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앞으로 KB금융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은 20일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발표한 입장 자료를 통해 "오는 21일 윤종규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자 한다"며 "신임 윤 회장을 중심으로 KB금융이 리딩 금융그룹으로 반드시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에,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또 "2010년 3월 이후 KB금융 이사회 의장으로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성실하게는 일해 왔다"며 "그러나 연이어 발생한 어려운 일들로 의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지주 이사회를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의 도움으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이룬 것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퇴임의 소감을 밝혔다.

이 의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다른 사외이사들과의 논의 없이 혼자 사임을 결정했다"며 "건강도 좋지 않았고, 이제는 윤 회장이 취임하면서 새롭게 KB금융을 이끌어가는 시점에서 내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21일 윤 회장의 선임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도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또 KB금융은 당분간 이 의장의 공석을 그대로 둔 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출하게 된다.

이 의장의 이 같은 결정은 그간의 사건·사고와 'KB사태'에 대한 일각의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사외이사는 "이 의장이 KB사태의 '책임론'을 인정하기보다는, 신임 윤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결단한 것으로 본다"며 "'내일 주총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사의를 발표하실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의장을 제외한 다른 사외이사들이 곧바로 '자진사퇴'에 동참하는 등 급격한 거취 변화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내일 주총 이후 이사회에서 곧바로 새로운 의장을 선출하게 될 것"이라며 "윤 회장 취임 후 산적한 경영 현안을 감안하면, 사외이사들의 동반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의장의 사임으로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청신호'가 켜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이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사실상 사외이사들을 겨냥해 온 만큼, 이사진을 대표하는 이 의장의 사퇴로 LIG손보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미룰 명분이 다소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이 물러나면서 KB금융 지배구조 개선의 실마리가 풀렸지만 여전히 많은 사외이사들이 남아 있고, LIG손보 미국법인의 부실 우려 등 다른 이슈도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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