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이 의장은 20일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발표한 입장 자료를 통해 "오는 21일 윤종규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자 한다"며 "신임 윤 회장을 중심으로 KB금융이 리딩 금융그룹으로 반드시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에,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다른 사외이사들과의 논의 없이 혼자 사임을 결정했다"며 "건강도 좋지 않았고, 이제는 윤 회장이 취임하면서 새롭게 KB금융을 이끌어가는 시점에서 내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의 이 같은 결정은 그간의 사건·사고와 'KB사태'에 대한 일각의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사외이사는 "이 의장이 KB사태의 '책임론'을 인정하기보다는, 신임 윤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결단한 것으로 본다"며 "'내일 주총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사의를 발표하실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의장을 제외한 다른 사외이사들이 곧바로 '자진사퇴'에 동참하는 등 급격한 거취 변화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내일 주총 이후 이사회에서 곧바로 새로운 의장을 선출하게 될 것"이라며 "윤 회장 취임 후 산적한 경영 현안을 감안하면, 사외이사들의 동반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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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 의장의 사임으로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청신호'가 켜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이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사실상 사외이사들을 겨냥해 온 만큼, 이사진을 대표하는 이 의장의 사퇴로 LIG손보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미룰 명분이 다소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이 물러나면서 KB금융 지배구조 개선의 실마리가 풀렸지만 여전히 많은 사외이사들이 남아 있고, LIG손보 미국법인의 부실 우려 등 다른 이슈도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