證 "현대미포, 바닥이 어딜지 아무도 모른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4.10.3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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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대규모 충당금 설정…수주의 질 담보 못해 이익 개선세 느릴 것"

證 "현대미포, 바닥이 어딜지 아무도 모른다"


실적공포 쓰나미가 거함을 덮쳤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 (129,500원 ▼1,300 -0.99%) 어닝쇼크의 주범으로 조선 사업부가 지목되면서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 추락했다.

시장의 관심은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보다 그와 같은 대규모 적자를 불러온 조선사업부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쪽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31일 주가도 이를 반영했는데 현대중공업은 장 초반 10%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이다 막판 회복세를 보이며 전일 대비 800원(0.80%) 내린 9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현대미포조선 (76,200원 ▲1,000 +1.33%)은 전일 대비 1만1600원(13.26%) 내린 7만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현대미포조선에 몰린 거래량은 254만 여주로 전일 대비 320% 넘게 증가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현대미포조선의 실적 부진에 대한 회사 측 불명확한 설명에 주가는 바닥잡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전일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손실액이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한 1조9346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액 1조1037억원을 기록한데 이은 대규모 어닝쇼크이자 사상 최대 실적 부진으로 평가받았다.

사업부문별로 뜯어보면 조선부분 적자가 대부분이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조선부문 영업적자가 1조1459억원, 해양플랜트 부문 영업적자가 103억원, 육상플랜트 부문이 7791억원이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플랜트 부문 영업적자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조선사업부, 특히 현대미포조선의 대규모 적자는 예상 밖이었다"며 "회사 측에서는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고는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공시 및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3분기 현대미포조선은 총 606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약 4230억원 가량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충당금에는 2013년 수주한 특수 선박에 필요한 엔지니어 비용, 공정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다른 조선사의 도크 임시 임대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2분기에도 이미 12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포함해 250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데 이어 또 다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충분치 않은 설명을 했다는데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주잔고의 마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그룹의 경영진이 크게 바뀌며 현대미포조선 역시 수주잔고 235척에 대한 원가 산정을 다시 진행함에 따라 공사손실 충당금이 대규모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 규모의 충당금 반영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지속돼 기존 수주잔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공사 충당금 규모를 감안시 현재 수주잔고에 포함된 선박의 예상 수익성에 대한 눈높이가 조정돼야 함을 의미한다"며 "향후에도 빠른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이 3분기 매출액은 9433억원인데 6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액을 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 개선세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와 향후 실적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향후 조선부문 이익은 개선되겠지만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저가공세와 일본 엔저의 역습은 국내 조선사들의 이익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잇따라 어닝쇼크를 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뿐만 아니라 이를 예측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선박사업은 제품에 대한 표준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아 예측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저가수주인지 아닌지, 저가라면 어느 정도 가격이 낮은지 등을 전적으로 회사 설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충당금을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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