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 벗어나 개발사업에 눈 돌리는 건설기업들

머니투데이 팍세(라오스)=김지산 기자 2014.10.2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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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에 '한국건설의 魂' 심는다 2014" - <1>동남아시아(하)]①정부 주도 금융 경쟁력 강화 절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28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43쪽짜리 두툼한 보고서를 내놨다. '해외건설·플랜트수주 선진화 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는 글로벌 인프라·플랜트시장 전망과 한국의 현주소를 낱낱이 분석하고 정부 대응방안을 다뤘다.

국토부는 이날 세계 건설시장은 빠르게 민간개발형으로 전환하며 조속한 체질변화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재정여력이 달리는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 정부와 기업자금을 이용,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정부의 공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국토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 글로벌인프라·플랜트시장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돼 앞으로 20년간 각각 40조달러와 27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단순도급이 아닌 시공사 금융주선 내지 투자개발형사업의 확대다. 세계은행(WB)이 조사한 2010년 투자개발사업 비중은 24.8%. 국토부는 이 비중이 해마다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개발형 민자사업 시장 급성장
시장은 변하지만 우리기업들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50여년간 해외건설에서 한국기업들의 수주형태는 단순도급(86%)에 편중돼왔다. 시공역량은 세계 최고수준인데 민간제안 개발의 핵심인 금융에서 막혔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정부가 이끌고 민간이 덕을 보는 구조가 정착됐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에서 공사가 한창인 전철사업은 일본이 독차지했다.

일본정부는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 남부철도 등 7개 프로젝트에 623억3000만엔(약 6070억원)의 차관을 시중금리 이하에 공여했다. 대신 일본 건설업체들에 시공을 맡기는 조건이 붙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일본정부가 아니더라도 세계 PF(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 대출은 2012년 현재 도쿄미쓰비시은행(1위)과 스미모토은행(3위) 미즈호은행(4위) 등 일본계 자금이 주도하는 실정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다는 건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에게 기회가 더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SK건설 등이 선도적 모델 제시
SK건설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은 정부와 기업들에 좋은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10㎿(메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10억톤의 물을 담을 댐과 발전설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SK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 대주주로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시공을 맡았다. 공사가 끝나면 생산전력의 90%를 태국에, 나머지 10%를 라오스에 판매한다. 공사대금과 별개로 전력판매 수익도 기대된다. 총 사업비 10억달러 가운데 7억달러를 태국 금융사로부터 저리에 조달했다.

세남노이댐 조감도./사진제공=SK건설세남노이댐 조감도./사진제공=SK건설
대우건설 (3,705원 ▼55 -1.46%)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발하는 '스타레이크시티' 프로젝트도 한국형 민자신도시 건설의 최초 모델이다. 하노이 시청으로부터 북서쪽 5㎞ 지점에서 진행한다. 부지규모만 여의도 땅의 3분의2에 해당하는 207.6㏊(헥타르)에 달한다.

상업·업무용지, 정부기관, 주거용지 개발과 주택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25억2800만달러, 1단계 사업비만 10억6800만달러가 투입됐다. 대우건설은 18년 전인 1996년 하노이 전체를 신도시로 개발하는 사업을 베트남 정부에 제안했다.

한국의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1기 신도시모델을 소개하고 수정과정을 거쳐 2012년 11월 첫 삽을 떴다. 2019년 준공이 목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도시인프라 투자수요가 각각 6조5780억달러, 74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이 버팀목이 돼준다면 신도시 건설경험이 풍부한 한국기업들의 경쟁적 진출이 예상된다.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조감도/사진제공=대우건설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조감도/사진제공=대우건설
정부산하 공공기관인 한전기술과 포스코건설, 태광 등이 민간이 합작해 세네갈 센두에서 진행 중인 250㎿급 석탄화력발전소(6억1000만달러)사업이나 수자원공사의 필리핀 앙갓댐발전(218㎿, 470만달러)프로젝트도 성공적 제안형 사업사례로 꼽힌다.

◇정부 주도 지원액·금리 경쟁력 강화 추진
정부는 한국이 제안형 개발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기업과 KDB산업은행 등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인프라펀드(국토부)와 글로벌플랜트펀드(산업부) 규모를 매년 확장한다. 여기에 민간 금융기관이 직접 진출할 수 있도록 신개념 PEF(사모투자전문회사) 모델 도입을 구상한다.

특히 일본사례를 벤치마킹해 신용이 높은 정책금융기관 지원역량을 키워 지원액 규모와 금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개도국 발주프로젝트 등 위험이 크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해선 정부가 주도하는 패키지형 지원도 병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순 도급사업 지원을 지속하되 시공자 금융·투자개발형사업에 대한 차별화된 지원을 통해 해외건설·플랜트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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