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일군 문화사업…'글로벌'위해 상생·협력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10.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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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 코리아/CJ의 20년 집념]⑦새로운 창조와 도약-한국적 콘텐츠로 '라이프스타일' 상품화

편집자주 ‘설탕’을 팔던 제일제당이 1995년 CJ로 개명하고 영상을 시작으로 ‘문화’사업에 뛰어든지 올해로 20년째다. 잘 나가던 제조업부문 1위 기업이 돈도 미래도 보이지 않던 문화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업계에선 “불가능한 도전”이라며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1년, 10년, 20년 세월을 버티면서 이룩한 문화사업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미래를 담보하는 우량주로 발돋움했다. 2014년, 대한민국 곳곳 어디에서도 CJ가 만든 문화의 흔적을 비켜가기란 쉽지 않다. 때론 넘어져 깨지고, 때론 무모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오늘의 문화산업을 견인한 CJ. 이 그룹이 이제 제일 잘하는 사업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20년 문화 사업의 발자취를 시리즈 7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기업가정신'으로 일군 문화사업…'글로벌'위해 상생·협력


대기업이 잘 나가던 식품 사업대신 황무지였던 문화 사업에, 그것도 20년이나 한길을 파며 달려온 뚝심은 한국 대기업 풍토에선 희귀한 장면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가시밭길을 뚫고 신작로를 내온 CJ. 전문가들은 이를 ‘기업가 정신’에서 찾는다.

김상훈(경영학) 서울대 교수는 “CJ의 문화 사업 20년을 보면 수익성만 따지지 않고 때론 무모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며 “어떻게 보면 요즘 시대에는 찾기 어려운 기업가 정신이 녹아있으며, 문화 사업에선 거의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평소 “돈 되는 곳에 가는 이는 장사꾼이고, 돈 안되는 곳을 개척하는 이는 기업가”라며 소신을 밝힌 바 있다.

CJ가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 'CJ튠업'.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신인은 CJ의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1년간 지원받는다. /사진제공=CJ E&M<br>
CJ가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 'CJ튠업'.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신인은 CJ의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1년간 지원받는다. /사진제공=CJ E&M
문화산업은 전통적인 산업에 비해 산업화하기 힘든데다 상업적 이해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힘든 고(高) 리스크 산업군이라는 측면에서 흥행의 양극화가 나타나기 쉬운 분야다.



이동기(경영학) 서울대 교수는 “치밀한 리스크 관리와 고도의 경영마인드가 필요한 사업이어서 투자하고 키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만으로 문화산업을 이끌어오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하면, 확고한 마인드없이 ‘함부로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도 문화산업에 대한 CJ의 긍정적인 성과를 인정한다. 그는 “K-POP, 싸이, 설국열차 등 월드와이드 상품을 갖게 된 건 CJ의 역할이 컸다”며 “치밀하고 대단위적 공격이 아니었다면 세계시장에 접근할 덩치는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상훈(경영학) 서울대 교수김상훈(경영학) 서울대 교수
기업가 정신이 가지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김상훈 교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한 기업가 정신의 발현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나, 주주가치의 입장에선 좀 더 안정적인 사업을 통한 수익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CJ의 주가가 조금 올라 기업가치가 성장했으나,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며 “커진 규모에 비해 이익 부분을 냉철하게 판단해 투자 합리화를 보완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CJ가 지난 20년의 노하우를 등에 업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미래 청사진에 필요한 도약의 요소는 무엇일까.

이동기 교수는 우선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를 통한 부가가치 시장의 활성화를 내세웠다. 이 교수는 같은 제품의 재활용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해외시장 개척의 발판으로 삼아야한다며 부가시장의 활성화를 촉구했다.

이 교수는 “영화의 경우 우리는 거의 극장 매출에만 의존하는 형국이어서 부가가치를 활용한 사업이 미비할 경우 문화 사업의 지속성을 얘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문화 사업 자체에 대한 비판 세력과의 타협과 상생, 조율 등 각자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공론화도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이동기(경영학) 서울대 교수이동기(경영학) 서울대 교수
이 교수는 “재벌 기업을 향한 독과점 횡포에 대한 일반적 비판과 문화 사업에 대한 CJ의 특별한 위상 사이의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어정쩡한 딜레마 상황부터 극복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며 “시장 규모로 보면 아직은 더 커야하는 회사의 방향과 독과점 논란 등 국내 비판이 서로 맞물리면서 글로벌 전략이 타격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 문화 산업의 차세대 주자로 급격히 떠오른 중국을 예로 들며 ‘위기론’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문화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중국이 쉽게 접근하지도 단기간에 성취하기도 힘든 분야지만, 중국은 현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민과 관이 힘을 합쳐 문화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국내에서 대기업 문화 등을 앞세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중국에게 시장이 추격당할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상훈 교수가 보는 CJ의 향후 글로벌 전략의 핵심 과제는 ‘할리우드 시스템’의 흉내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상품화다. 할리우드 시스템을 빌려올 수는 있지만, 결국 승부수는 콘텐츠 차별화에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적인 문화 콘텐츠로 해외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그것에 맞게 현지화하고 상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설국열차’가 글로벌 전략의 좋은 시도이긴 했으나, 프랑스에서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곱씹으며 특화된 지역 콘텐츠 발굴을 위한 시도에 더 많은 고민이 투영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케이콘’(KCON)이 문화와 식품이 결합된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의 최적화 상품이라며 정착 단계를 위한 조치들을 이어나가야한다고 했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평론가 역시 글로벌 전략의 차별화는 ‘한국적 콘텐츠’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어설프게 할리우드 흉내를 내고, 영미팝계를 모방해온 게 사실”이라며 “영미에서 포기한 아이돌 댄스를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뛰어난 비주얼에 ‘한국적 창의성’을 담아 소생시킨 것처럼 철저하게 한국적인 것에 대한 분명한 콘셉트를 고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좋은 흐름으로 진행중인 글로벌 전략에서 이재현 회장의 부재는 ‘기수잃은 행군’이고 ‘문화적 자해’라며 “우리의 무한한 잠재력을 생각하면 비판보다 정서적인 협조와 심리적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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