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보며 떡볶이 먹는 백인들…'한류경제학' 창조하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10.2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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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 코리아/CJ의 20년 집념]⑥세계의 중심에서 달리다-대중문화+라이프문화로 '글로벌 선점'

편집자주 ‘설탕’을 팔던 제일제당이 1995년 CJ로 개명하고 영상을 시작으로 ‘문화’사업에 뛰어든지 올해로 20년째다. 잘 나가던 제조업부문 1위 기업이 돈도 미래도 보이지 않던 문화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업계에선 “불가능한 도전”이라며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1년, 10년, 20년 세월을 버티면서 이룩한 문화사업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미래를 담보하는 우량주로 발돋움했다. 2014년, 대한민국 곳곳 어디에서도 CJ가 만든 문화의 흔적을 비켜가기란 쉽지 않다. 때론 넘어져 깨지고, 때론 무모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오늘의 문화산업을 견인한 CJ. 이 그룹이 이제 제일 잘하는 사업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20년 문화 사업의 발자취를 시리즈 7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소녀시대 보며 떡볶이 먹는 백인들…'한류경제학' 창조하다


지난 20년간 CJ가 벌여온 다각적 문화사업은 촘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CJ케이블넷은 CJ헬로비전으로, 디지털 케이블TV 브랜드인 헬로D는 헬로tv로 각각 사명을 변경하며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처했다. 특히 헬로비전은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서도 초고속 인터넷과 전화, 디지털 방송의 위상을 떨치며 미디어 플랫폼 회사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2009년 CJ미디어는 방송콘텐츠의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한 뒤 폭스인터내셔널 채널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아시아 8개국에 tvN아시아를 론칭했다. 앞서 2006년 CJ미디어는 세계 2위의 음악 시장인 일본을 겨냥한 콘텐츠 사업에 몰두했다. 일본 위성방송사인 스카이퍼펙트TV에 엠넷의 콘텐츠를 송출한 데 이어 채널 진입에도 성공, 한류 재확산에 기여했다.



음악의 글로벌 콘텐츠를 위한 CJ의 적극적 공략은 지난 4월 일본 메이저 음악제작사인 빅터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CJ빅터를 설립한 일이다. CJ E&M과 일본의 빅터가 각각 51대 49로 지분을 투자한 공동 제작사는 한일 아티스트의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기위한 것. 한국 아티스트의 일본 진출뿐 아니라, 재능있는 J-POP아티스트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 먹히는 음악 콘텐츠를 창출하는 청사진이다.

20년 음악 제작의 노하우는 태국판 슈퍼스타K ‘아카데미 판타지아’ 우승자를 K-POP제작시스템으로 새로 발굴하거나, 중국과 공동 투자로 여성 솔로가수를 국내에 데뷔시키는 쌍방향 시스템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CJ가 '글로벌 사업'을 위해 론칭한 콘텐츠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슈퍼스타 차이나' '4DX영화관' 'CGV북경'. /사진제공=CJ E&M<br>
CJ가 '글로벌 사업'을 위해 론칭한 콘텐츠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슈퍼스타 차이나' '4DX영화관' 'CGV북경'. /사진제공=CJ E&M
영화 부문에선 글로벌 직배 사업을 통한 해외 판로 개척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배급한 ‘더 웹툰:예고살인’이 3억원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이는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시 지난해 처음 인도네시아에서 진출한 직배사업은 ‘늑대소년’을 비롯해 모두 10편의 영화를 개봉하는 성과를 이뤘고, 일본에서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41억원, 미국에서 개봉한 ‘베를린’은 7억4000만원을 각각 벌여들였다.

영화 콘텐츠 못지 않게 영화관 CGV의 세계진출도 눈에 띈다. 2006년 중국 상하이에 CGV를 설립한 이래, 독자기술로 개발한 오감체형 상영관인 4DX CGV까지 멕시코, 태국, 이스라엘, 브라질, 러시아 등에 잇따라 진출했다.

20년 노하우의 총체적 결실을 보여주는 콘텐츠는 2012년 첫선을 보인 ‘케이콘’(KCON)이다. 이는 한류 공연과 함께 패션·식품·IT·자동차 등 종합 문화 콘텐츠를 보여주는 페스티벌로, 흩어졌던 한국 문화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미국 주류 문화에 파고들기엔 여전히 ‘위험한 도박’이기도 했다. 그간 음악을 중심으로 한 K-POP외엔 승부수를 내걸 핵심 콘텐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


CJ는 크로스오버 문화의 틈새 시장을 보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신형관 엠넷 상무는 “소위 K-POP과 음식이 섞인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며 “우리가 힌트를 얻은 건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콘서트에 라이프 문화를 섞는 일은 우리나라의 기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종합 한국 콘텐츠 페스티벌 '케이콘'(KCON) 현장. /사진제공=CJ E&M<br>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종합 한국 콘텐츠 페스티벌 '케이콘'(KCON) 현장. /사진제공=CJ E&M
2012년 첫해 ‘케이콘’은 1만명이 모였다. 예상밖의 선전이었다. 2013년에 더 큰 무대로 옮겨 2만명이 찾았고, 올해 행사에선 4만2000명이 몰렸다. 신형관 상무는 “백인들이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께 춤을 추는 장면도 신기한데, 떡볶이나 곱창, 순대를 먹으며 즐기는 모습을 보고 더 놀랐다”며 “지금 미국 10, 20대 젊은이들이 즐기는 문화의 생태계를 눈여겨보면 ‘케이콘’은 확실한 경쟁력과 차별화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화 콘텐츠가 다른 산업 전반으로 경제효과를 확산하는 ‘한류 경제학’이 케이콘 현장에서 입증되고 있는 셈이었다.

문화콘텐츠사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이미 각종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12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어날 때 관련 소비재 수출은 4배에 이르는 412달러 증가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주력 수출품목인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은 평균 395달러 증가하며, 의류는 35달러, 가공식품은 31달러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녀시대 보며 떡볶이 먹는 백인들…'한류경제학' 창조하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13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는 1조7940억 달러로,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1조600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6.2배, 휴대폰 산업의 6.4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문화콘텐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2012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4.8% 증가했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5.6% 성장해 2017년에는 2조35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경우 문화산업 규모가 2008년 7168억 위안(131조)에서 2013년 2조1445억 위안(343조)으로 급증,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23.5%에 달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영화 시장 매출 규모는 2013년 216억 위안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한류의 경제 효과는 6조6050억원(2012년), 한류의 자산가치는 94조7900억원(2012년)에 이른다는 한류미래전략연구포럼의 조사도 의미심장하다.

CJ측은 “문화콘텐츠의 부가가치를 향한 문화사업의 글로벌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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