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규정 없는 환풍구, 붕괴 사고 예견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4.10.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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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환풍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붕괴된 환풍구 모습./사진=뉴스1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환풍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붕괴된 환풍구 모습./사진=뉴스1


지난 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주변에서 환풍구 덮개가 붕괴돼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지만 정작 이를 사전에 차단할 시설 안전 관련 규정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도심 지하철역 주변에서 환풍구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동안 이 환풍구들은 보도 위에 돌출된 상태에다 높이도 낮아 많은 사람들이 올라설 경우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국토교통부, 성남시청 등에 따르면 지하철 역 주변 등에 설치된 환풍구는 건물의 일부분으로써 건축법 상 안전 관련 사항은 규정돼 있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법에 환풍구를 반드시 어떤 기준에 따라 얼마의 두께로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며 “건축물에 주차장 환풍구 설치 관련 규정은 없고 현장에서 시공사 등이 관련 기준을 만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청 관계자도 “환풍구와 관련해 하중을 얼마나 견뎌야 하는지 법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리감독의 기준을 삼을 규정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보면, 다중이용시설의 환기 기준에 대해서는 시간당 0.5회 이상 환기, 송풍 능력 등의 규정을 담고 있다. 환풍구 철제 덮개의 강도나 안전펜스 설치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하지만 외부로 돌출된 환풍구는 누구나 쉽게 올라 설 수 있어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환풍구는 누구나 쉽게 올라 갈 수 있게 설치된 상황인데 그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규정이 따로 없다”며 “환기 기능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관련 시설의 설계 및 설치를 건설사가 알아서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계단식으로 된데다 턱이 높지 않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안전시설이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준 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환풍구는 적체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기준은 없다"며 "사고가 발생한 환풍구 구조물 자체의 높이는 1.2m 이상이므로 안전펜스 설치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환풍구 주변에 안전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부산에서 생일축하 파티를 하던 고교생이 지하 6층 깊이의 백화점 환풍구 밑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2009년에는 경기 동탄신도시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가 10m 깊이의 지하주차장 환풍구 안으로 떨어졌다. 당시 이 환풍구에는 안전펜스나 위험 표지가 없었으며 덮개 소재가 플라스틱이었다.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환풍구 구조 변경 및 높이 등의 기준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미관을 고려하기보다 안전을 감안해 환풍구 높이 규정 등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더욱이 사고가 난 환풍구는 'I'자 모양인데 'ㄱ'자 모양으로 환풍구를 설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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