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 빠진 공무원사회…'인재' 떠나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4.09.2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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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위기'의 대한민국 공무원 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 모씨(27)는 최근 진로 선택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안정성이 공무원을 선택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는데 공무원연금이 큰 이점이 없을 거란 소식에 계속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는 중이다. 김 씨는 "경제적 안정성이 아무래도 계속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시험 준비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그만두는 게 나은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사회가 연이은 악재(惡災)에 빠졌다. 이른바 `관피아` 척결을 목표로 퇴직관료의 취업제한이 5년으로 대폭 늘어난 데 이어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예고된 상태다.
공무원들이 `공공의 적`으로까지 인식되면서 국가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공무원이 되는 주요 동기 중 하나가 ‘안정성’인데 공무원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뒤흔들 경우 인력 유출로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노조원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2014.9.22/뉴스1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노조원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2014.9.22/뉴스1


권혁빈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 중 '신분보장이 잘되어 있어서'가 3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보수나 연금 등 '안정된 경제생활'이 19.6%로 뒤를 이었다. 특히 안정된 경제생활을 이유로 택한 공무원의 비율은 2001년 6.2%에서 지난해 19.6%로 크게 증가 추세를 보였다.
신분·경제적 안정감을 이유로 택한 공무원의 비율이 50.9%에 달한 것이다. 쉽게 말해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 보장 등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어서'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 정년보장은 옛말이 돼 가고 있다.정부 부처 공무원 박 모씨(45)는 "철밥통은 옛말이 된지 오래"라며 "빨리 승진하고 빨리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해 승진을 피하려 하는 공무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담금을 43% 올리고 수령액을 34% 낮추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발표되자 공무원 준비생들 사이에선 술렁이는 분위기다. 공무원 지망생 유 모씨(29)는 "저처럼 준비한 지 오래된 공무원 준비생은 모르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친구들 사이에선 그냥 대기업으로 가는 게 낫지 않냐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내부에서도 이를 인식하는 분위기다. 안전행정부 고위관계자는 "연금 개혁으로 우수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하고 있고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사실의 다른 관계자도 "분명 경쟁력 약화 요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공무원 준비생들에 대한 여론 조사를 별도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사회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지만 그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재' 빠진 공무원사회…'인재' 떠나나

최무현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이 하던 일과 아무 관계가 없는 곳에 재취업할 경우 관피아 비판을 받아도 되지만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에 가는 경우는 전문성이 쌓인 우수 인재가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 제한하는 바람에 공무원 중 최고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은 노후 보장의 성격이지만 공무원연금은 덜 받은 임금을 돌려 받는 다는 특수한 기능이 있다"며 "복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장 보수가 적더라도 노후 보장에 대한 믿음으로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대한 유인마저 빼버리면 사기업 가는 게 낫겠구나라 생각할 수 있다"며 "준비생은 많아도 유능한 인재는 적은데 그들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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