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 왜 임영록을 해임했나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기성훈 기자 2014.09.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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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검찰 등 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임 회장, '자진사퇴'보다 '해임' 스스로 택해

임영록 KB금융 회장임영록 KB금융 회장


KB금융 이사회가 결국 임영록 회장을 해임한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검찰 수사로 임 회장과 KB금융이 모두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서 KB금융을 살리기 위해선 임 회장을 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KB금융 사태의 책임론에서 이사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해임을 종용하는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과의 전쟁'과 '임 회장의 해임' 중 어느 것이 이사회의 역할인 주주 이익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는 답이 나와 있었다는 것. 물론 이사회가 막판까지 임 회장의 자진사퇴를 설득했던 만큼, 임 회장 스스로 해임을 선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임 회장은 '해임'을 당하더라도 감독당국의 '부당한 징계'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끝까지 지킨 셈이다.



◇조여오는 전방위적인 압박=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임시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뒤 임 회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강화했다. 당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회장직을 정지시키고 회사 차원의 지원을 모두 차단했다. 곧바로 KB금융에 금융감독원 감독관 7명을 파견해 감시를 강화했다.

신 위원장은 주말이었던 지난 13일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만나 'KB금융 사태 해결을 위한 이사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수습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15일 임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4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KB금융 전 계열사로 감독관 파견을 확대했다. 또 임 회장이 연관된 '고객정보 유출 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를 재개했다. 경우에 따라 임 회장이 다시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도 가세했다. 검찰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이례적으로 특수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고 15일 저녁 국민은행 전산센터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사회 뜻도 거부한 임 회장, 해임밖에 수가 없다= 전방위적인 압박에 이사회도 임 회장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임 회장의 대답은 '소송 제기'였다. 평소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혀 왔던 임 회장이지만 이번만은 이사회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임 회장의 '사퇴 거부'가 최종 확인된 이상 이사회가 할 수 있는 방안은 '해임' 밖에 없었다. 이사회가 임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부결시킨다는 것은 재신임한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가 해임안을 부결시킨다면 직무정지된 대표이사를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돼 이사회가 경영공백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경영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임안 부결'은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특히 금융당국이 사실상 'KB금융 사태'와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건'을 연계시켜 놓은 상황이라 LIG손해보험 인수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0월 말까지 승인 절차를 완료해야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LIG손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금융권에서 '이사회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퇴진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임 회장이 억울해 하고 이사들이 이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는 사법적 판단을 내려 정의를 실현하는 곳이 아니다"며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 회장 해임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KB금융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이사회가 제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을 내쫓은 이사회에도 책임론이 비등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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