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상사 Y 부사장 이야기다. 사원으로 입사해 중동 실적 하나로 부사장 자리에 오른 그를 보며 상사맨들은 꿈을 키웠다. 마치 고졸 인턴사원으로 유수의 상사에 입사해 임원들 앞에서 당당히 프레젠테이션을 펼치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에 나온 장그래를 보는 듯했다.
거래 내역에 '비리' 딱지가 붙었다. 책임자였던 Y 전 부사장은 오만 법원으로부터 지난 1심에서 3월 징역 10년의 실형과 100억원이 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출전사들이 해외에서 영업을 하다가 이역만리 타국의 감옥에서 영어의 몸이 되는 경우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십수년전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해외 마케팅 담당 임원들이 가격담합을 이유로 미국 내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온 경우도 있다.
미국 현지법인의 미국인들은 전혀 처벌받지 않고, 한국인들만 처벌받았던 이유는 세계 경제계에는 죄의 유무를 떠나 '힘의 논리'가 좌우되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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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Y 전 부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L상사의 해외사업을 일으킨 성공신화를 썼던 그가 타국의 정치싸움에 희생양이 되는 꼴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Y 전 부사장은 지난 6월 퇴사 처리했지만, 회사는 물론 우리 정부의 현지 공관에서도 이번 사안을 꼼꼼히 챙겨봐야 할 일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비리와 관련된 것인지, 오만 정부 내 파벌 싸움의 희생양으로 한국 기업인을 재물로 삼는 것인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영업 일선에서 평생을 바쳐 활약한 '수출전사'가 한국 사회로부터 '팽' 당했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도록 기업과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큰 외교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