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첫 '분리 국감', 실현돼도 '반쪽'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14.08.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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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첫 '분리 국감', 실현돼도 '반쪽'


"국정감사 준비요? 8월 1차 국감 무산돼 10월로 연기될 수 있고 업무보고로 때울 수도 있다고 해 쉬엄쉬엄하고 있어요. 어떤 질의를 해도 세월호 이슈에 묻혀 주목 못 받을것 같아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깁니다." 최근 만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보좌관의 말이다.

국감 제도 도입 이후 올해 처음 실시되는 '분리 국감'이 '반쪽 국감'이라는 오명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 난항으로 국회가 올스톱되면서 분리국감 실시 근거규정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19일 본회의를 열어 분리국감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처리해야 하지만 본회의는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차 국감 중 5개 상임위에 걸친 본회의 승인 대상 23개 기관은 국감을 할 수 없다. 국정감사 자체에 대한 유명무실론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부실국감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후반기 원(院) 구성이 늦어진 것도 한몫한다. 여야가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일정에 이견을 보이면서 원 구성은 한달 가까이 지연됐다. 상임위가 변경된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적응 기간도 없이 1차 국감을 맞아야할 상황이다.



또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15명의 의원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피감기관에 대한 제대로 된 업무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잇따른 인사청문회 등의 굵직한 정치 일정으로 제대로 된 상임위 활동을 못한 의원들도 상당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감 준비에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예년 같으면 의원과 보좌진이 의원회관에 간이침대를 놓고 밤잠을 설쳐가며 산더미처럼 쌓인 국감자료와 씨름하는 풍경도 실종됐다.

국정감사 일정이 변경되거나 무산될 경우 국정감사를 위해 피감기관들이 준비해 온 장소 대관료, 교통비 등 많은 예산이 낭비되는 건 불보듯 뻔하다. 피감기관들의 피로도도 커져 부실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분리국감 도입은 매년 어김없이 제기되는 부실국감 비판에 대한 정치권의 자성의 의미가 담겼다. 정기국회 전에 한 차례 국감을 나눠 실시하면서 충분한 준비기간을 둬 내실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첫 분리 국감부터 '수박 겉핥기', 국감 자체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국감 무용론'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분리 국감 실시의 본래 취지를 다시 한번 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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