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년 끌어온 쌀 관세화..무얼 얻었나?

머니투데이 세종=이동우 기자 2014.07.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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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0년 끌어온 쌀 관세화..무얼 얻었나?


지난달 20일 경기 의왕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쌀 관세화 유예종료 관련 공청회'을 찾았을 때다.
공청회장을 찾은 농민단체 회원들의 고성과 거친 항의로 정상적인 행사 진행이 불가능했다. 정부와 농민단체와의 대립은 10년전인 2004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었다.
달라진 점은 이번에는 정부가 '관세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관세화'는 1994년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결과에 따라 애초부터 언제까지 피해갈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정부는 '종착역'이 명확하게 보이는 데도 먼 길을 빙빙 돌며 20년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 18일 정부는 쌀 관세화를 선언하며 '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쌀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관세가 5%에 불과한 의무수입물량(MMA)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그같은 논리라면 이전에 10년 유예기간이 종료됐던 2004년 쌀 관세화가 이뤄졌다면 MMA는 20만5000톤에서 막을 수 있었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MMA 물량은 40만8700톤으로 국내 쌀 소비량인 약 400만톤의 10% 수준이다. 보관비용은 연간 200억원에 달한다.



정말 쌀 산업을 보호하려 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2004년 국민들을 설득해 관세화를 해냈어야 한다는 말이다. 2004년은 총선이 치러진 해이다.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국익에 우선했던게 현실이었다.

쌀 산업은 관세화가 유예된 20년 동안 성장하기는 커녕 고사돼 왔다.
한 정부관계자는 "20년 동안 시장을 보호해주는 조치가 있다면 수출산업화를 도모했어야 하는데 쌀 산업은 그렇지 못했다"고 씁쓸해했다. 관세화를 수출의 계기로 활용하지 못하고 수비적으로만 받아들였다는 말이다.

정부를 향한 농민단체와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있다.
20년 동안 이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뤄진 행정은 불신만 키웠다. 이번에도 농가보호대책과 쌀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정부의 농정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년의 방황을 스스로 만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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