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을 담은 車를 만들고 싶죠", 임승빈 디자이너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4.07.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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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쏘울' 세계 3대 디자인상 '그램드슬램' 달성…교황도 방한 때 이용

"'쏘울'을 담은 車를 만들고 싶죠", 임승빈 디자이너


"'쏘울'(혼)을 불어 넣은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차가 아닌 소장하고 싶은 차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2세대 '쏘울'의 외장디자인팀을 이끈 임승빈 기아자동차 외장디자인1팀장(47·사진)은 '혼'을 담은 디자인을 꿈꾼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21년간 기아차에서 디자인을 맡아 왔다.



'쏘울'은 1세대부터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은 모델. 박스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을 무기로 미국시장에서만 해마다 10만대 이상 판매됐다. 출시 후 토요타 '싸이언xB', 닛산 '큐브' 등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며 사실상 박스카 시장을 평정했다.

하지만 1세대 '쏘울'의 성공만큼이나 후속 모델을 디자인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이다. 그 성공을 이어갈 수 디자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 팀장은 "후속 모델을 디자인할 때는 기존 모델이 가진 디자인의 강점과 약점을 살펴봐야 한다"며 "'쏘울'은 이미 미국에서 대단히 성공한 차였고, 그 강점을 이끌고 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기존 모델의 디자인을 이끌고 가는 데만 집중하면 신 모델에 대한 신선미가 떨어질 수 있다"며 "기존 디자인의 연속성과 후속 모델의 신선함을 균형있게 표현키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존 모델에 현재 트렌드를 가미해 기술적인 면을 보강했다"며 "1세대 ‘쏘울’이 조금은 투박했다면 2세대 ‘쏘울’은 잘 다듬어진 듯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임 팀장과 그의 팀원들이 디자인한 2세대 '쏘울'은 시장에서 통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에서 1만5606대가 판매돼 출시 이래 월간 실적을 경신했다. 기존 '쏘울'의 개성적인 디자인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독창적인 디자인 포인트를 각 요소에 잘 적용했다는 평이다.

임승빈 기아자동차 외장디자인1팀장이 2세대 '쏘울'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제공=기아자동차임승빈 기아자동차 외장디자인1팀장이 2세대 '쏘울'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제공=기아자동차
해외 전문가들에게도 디자인을 인정받았다. '쏘울'은 최근 미국 산업디자인협회(IDSA)가 주관하는 'IDEA 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하면서 독일의 iF, 레드닷(Red Dot)까지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수상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랜드슬램 달성에 대해 임 팀장은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공식적으로 디자인을 인정받은 것 같아 보람 있었다"며 "디자인센터나 회사 차원에서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이 국내 소비자들에도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기에 경사가 겹쳤다. 다음달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쏘울'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그는 "'쏘울'이 작고 개성 있는 차로 해외 소비자들의 정서와 잘 맞은 것 같다"며 "특히 차고가 높아 타고 내리기도 편하고, 작은 크기의 차체에 비해 실내 공간이 넓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그는 '밸런스'(균형)를 핵심 요소 중의 하나로 꼽았다.

임 팀장은 "균형감 있게 비례가 잘 맞춰졌을 때 차의 격이 올라가고, 고객에게 잘 어필할 수 있다"며 "그 점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독일의 유명 디자이너인 루이지 꼴라니가 방한해 한국 자동차의 비례감에 대해 칭찬했다"며 "독일차보다 비례감이나 볼륨감에서 더 좋다는 평을 들었을 때 차를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시장의 필요에 호응할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외면하는 디자인은 '작품'일 뿐이지 좋은 디자인이 될 수는 없다"며 "기아차의 디자인도 소비자와 시장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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