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박찬호 은퇴식과 홍명보 감독의 ‘광주’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7.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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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홍명보 감독. /사진=OSEN<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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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홍명보 감독. /사진=OSEN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고향 팀 한화에서 2012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박찬호(41)의 은퇴식이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 기념 행사로 열린다.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가 그 무대이다.

박찬호의 은퇴 기념행사가 월드컵의 해인 금년 한국이 브라질에서 1무2패로 허망하게 예선 탈락하고 난 뒤, 그것도 광주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이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각본처럼 절묘하다.



2012 시즌 후 한화가 김응룡감독을 영입해 팀 재건에 나섰는데 박찬호는 전격적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그런데 한화는 올시즌에도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후반기에 대 반전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3년 연속 꼴찌 수모를 당하게 된다. 롯데가 2001시즌부터 4년 연속 최하위에 기록한 것에 이어 두번째 불명예 기록이다. 그런 상황에서 박찬호는 은퇴한 후 무려 1년 반이 지나 한화의 홈인 대전구장이 아닌 타향, 광주에서 은퇴식을 가지게 됐다.

글쓴이는 광주라는 도시와 한국의 월드컵의 참패에 문득 ‘한국 축구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영광’을 떠올렸다. 그 중심에 바로 ‘선수 홍명보’가 있었는데 국가대표 감독에서 결국 자진 사퇴했지만 명예 회복이 절실해진 현실이 안타깝다. 고희(古稀)를 넘긴 김응룡(73)감독은 한화를 맡은 뒤 4강은 물론 우승까지 못할 것 없다는 각오였는데 결국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감독이 ‘야구가 어렵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2002년 6월22일 오후 3시30분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국-스페인의 월드컵 8강전이 열렸다. 당시 박찬호는 2001시즌을 마치고 LA 다저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총액 6500만달러(한화 약 65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고 팀의 에이스로 첫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대단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는데 개막과 동시에 근육통이 발생하고 허리 부상이 겹치면서 한국-스페인의 월드컵 8강전이 열렸던 6월22일까지 겨우 2승(3패)에 그쳤다. 그 때, 박찬호는 미 동부 피츠버그 원정 중이었다.

한국-스페인의 8강전이 시작된 오후 3시30분은 미 동부 시각으로 새벽 4시30분이다. 야간 경기를 마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당연히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각이었다. 당시 박찬호는 고민했다. 성적이 좋았다면 무조건 TV 중계를 보겠지만 이틀 후 선발 등판해야 하는 상황에서 컨디션 조절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경기 관전을 택했다. 한국 축구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하나가 되는 날이었다. 박찬호를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도 피츠버그 시내의 한국인 식당에서 밤을 새웠다.


한국축구의 4강 진출 신화를 연출한 그날의 영웅이 바로 홍명보 선수였다. 전후반, 연장전에 승부를 못 가리고 0-0에서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스페인의 호아킨이 실축하자 홍명보가 쐐기골을 성공시켜 마침내 5-3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가 끝났을 때 광주는 저녁이었지만 미 동부 피츠버그는 환하게 아침이 밝아 있었다.

그날 오후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만난 박찬호는 잠을 못 자 붉게 충혈된 눈으로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찬호는 월드컵 4강의 감동을 가지고 24일 피츠버그전에서 3승째를 따냈다.

2002년 한국에 덜미를 잡혀 8강전에서 탈락한 스페인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당시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0-2로 패해 준우승에 그친 독일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주최국 브라질을 7-1로 대파하고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2 월드컵에서 한국은 독일에 0-1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신기한 것은 2002시즌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추신수가 텍사스와 7년간 총액 1억3000만 달러(약 1300억 원)의 계약을 맺은 첫해 2014 월드컵이 열렸는데 이번에는 한국축구가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고 추신수도 박찬호의 텍사스 첫해처럼 올 시즌 중반까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화 김응룡감독이 삼성 감독으로서 삼성의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해도 2002년이었다. 삼성 첫해인 2001시즌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가 김인식 감독의 두산에 2승4패로 패했던 김응룡감독은 2002 한국시리즈에서 김성근 감독의 LG를 4승2패로 제치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김응룡감독은 이번 광주 올스타전에 서군 코치로 참가하게 된다. 박찬호는 은퇴식을 하고 2002 월드컵에서 ‘광주의 영광’을 누렸던 홍명보감독은 축구 인생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과욕(過慾)을 버리고 초심(初心)은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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