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홍명보 감독의 ‘책임론(責任論)’에 대하여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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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사진=뉴스1홍명보 감독./사진=뉴스1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강력한 중거리 슛을 과시하며 ‘4강 신화’를 연출했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2003년 미 프로축구(MLS, Major League Soccer) ‘LA 갤럭시’에 입단했다. 그는 MLS에서 올스타로 선정되는 등 활약을 한 뒤 2004년 10월 현역에서 은퇴하고 지도자 수업에 들어갔다.

당시 LA 갤럭시 행을 주선한 그의 에이전트가 박찬호를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시킨 스티브 김(56)이었다. 재미동포인 스티브 김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와 메이저리그사커 선수를 탄생시킨 스포츠 에이전트였으나 자신의 전문 분야인 건축으로 돌아가 영욕이 교차했던 스포츠 계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었다. 스티브 김의 기억에 홍명보 감독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스티브 김의 회고담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그 선수 홍명보와 월드컵 감독 홍명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제3자의 시각에서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스티브 김) ‘홍명보 선수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선수와 에이전트의 관계로 시작됐다. 비즈니스 관계를 먼저 맺고 만나 일을 해나가면서 서로를 알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인간적인 정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서 자칫 삭막하고 사무적인 수준에 머물기 쉬운데 홍명보 선수는 역시 무엇인가 특유의 것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홍명보 선수가 많은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으며 폭발적이고 폭 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를 저절로 깨닫게 됐다. 내가 느낀 홍명보 선수만의 그 무엇을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첫째, 누구보다 프로 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홍명보 선수가 웃는 모습이다. 광고에 ‘홍명보 선수가 웃었습니다’라는 카피가 나왔을 정도다. 그런데 자신의 일과 축구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남달랐다. 항상 프로 정신을 가지고 신중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운동장 밖에서는 말도 잘하고 늘 여유 있게 웃는 그를 보면서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프로 정신을 느꼈다.

둘째, 갤럭시 구단으로 이적하기 위해 스스로 과감한 투자를 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갤럭시 구단으로 이적할 때 갤럭시 구단은 처음 제시했던 이적료보다 높은 제안을 다시 했다. 그리고 갤럭시 구단과 메이저리그 사커(MLS) 사무국에서도 다른 선수보다 좋은 조건을 만들어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인 홍명보 선수와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메이저리그사커(MLS) 차원에서도 매력적인 선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입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은 홍명보 선수가 6억원 이상의 개인 돈을 투자하는 결단을 내려 스스로 갤럭시로의 이적을 성사시켰다.

홍명보 선수는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되거나 구단 경영에 나서는 것은 물론 세계 축구계, FIFA 등에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배우는 것과 국제 감각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축구계의 흐름을 알고 또 영어권 선수들과 어울려 함께 생활을 하며 문화를 익혀야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미국 행을 택한 것이다. 놀라웠던 것은 보통 선수들이 하기 힘든 일인데 자기 계발과 목표를 위해 스스로 과감하게 투자를 한 것이며 그것을 통해 그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


셋째, 언론과 당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홍명보 선수의 경우에는 인터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해야 할 상황이면 움츠리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의 말이나 자신에 대한 기사가 본인의 생각과 다르게 나올 경우 당당하게 정정을 요청하는 모습이었다. 언론도 그의 태도를 받아들여 서로 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A 갤럭시와 계약 후 LA에 있는 모 신문사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던 중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기자에게 그것을 명확하게 밝혀주기도 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충실히 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자기의 목표를 위해 자신에게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으며, 언론 등 모든 일에 있어 당당하게 행동하고, 또 자신의 몫과 아닌 것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선수가 홍명보이다. 인기를 얻기 어려운 수비 선수이지만 운동장 안과 밖에서 그가 행동하는 것을 보는 많은 팬들의 각별한 존중이 있어 오늘의 홍명보 선수가 있게 된 것이 확실하다.

이상이 스티브 김이 기억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현역 선수 시절 마지막 인연에서의 모습이다.

2004년 10월 현역 은퇴 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과연 홍명보 한국 국가대표팀 브라질 월드컵감독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스티브 김이 기억 속에 있는 ‘당당함과 겸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가. 홍명보 감독은 경기 결과에 대해 감독으로서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4년을 준비했고 국민적인 성원과 간절한 소망이 담긴 월드컵 성적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개인이 그 만한 능력과 권한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이다. 전략적 소신과 고집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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