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연구원도 돈방석 앉을 수 있다"…창업 베테랑의 '한 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4.07.0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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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 한국과학기술지주·김영호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이사가 말하는 '기술창업 성공노하우'

우스갯 소리로 사업에 '사'자도 꺼내지 말아야 하는 국내 4개 대표 직업이 있다. 공무원과 군인, 교수와 연구원이 그렇다. 2000년 불어닥친 '벤처열풍' 이후 줄곧 이 직종에서 창업 성공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일까?

(사진)조남훈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이사, (위)김영호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이사(아래)사진=류준영 기자 (사진)조남훈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이사, (위)김영호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이사(아래)사진=류준영 기자


조남훈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이사는 "검증 안 된 사람들이 내민 좋은 조건에 혹해서"라며 "카운터파트너(counter partner·협력자)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역시 "혼자 다해서 혼자 다 먹겠다고 덤비니 매번 실패"라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일, KST가 입주해 있는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두 대표가 만났다. 두 대표에겐 '연구원 돈방석 앉기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눠봤다. 그렇게 투자 귀재들의 소위 '직구토크'가 90분간 진행됐다.

-교수·연구원 기술창업, 간단히 평가하면
"기대만큼 결과가 안 나왔으니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봐야겠다. 외부 전문가와 함께 사업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한 데, 혹자는 산·학·연 협력은 둘째 치고 기계나 전자학과 등 같은 대학내 학과들 끼리도 협업이 어렵다고 말하지 않나. 기술창업은 곧 '협업의 산물'이다. 기술을 아는 연구원과 경영을 아는 민간이 서로 접목되어야 한다. 우리는 중간에 이를 링크(Link·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교수·연구원 창업러시가 있었다. 이후 벤처캐피털(VC)에게 교수 창업은 가장 꺼려하는 투자대상 1호가 됐다. 성공모델이 드물어서다. 배수진을 치고 사업을 해야하는 데 난 (대학으로)돌아갈 데가 있다고 하니 이런 결과를 내 놨다. 기술창업은 곧 '종합예술'이다. 기술은 사업에서 단지 일부에 해당된다. ‘내 기술은 최고니까 내놓으면 여기저기서 달려들겠지’라고 생각하는 데 오산이다"

-창업성공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예전에 투자에 참여했던 토종 스타트업 중 IT 거물급 회사인 시스코(CISCO)에 인수된 케이스가 있었다. 해외기업들은 기술보다 회계장부를 먼저 본다.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먼저 철저하게 검증한 후 최종에서 핵심기술을 본다. 시스코는 이 회사에 200개 문항의 Q&A 질문리스트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했는 데 한 달 이상 걸릴 일을 2주만에 끝내 놀라움을 샀다. 내부 데이터 정리가 그만큼 잘되어 시스템화 돼 있었다는 얘기다. CFO(최고재무책임자)역할이 그만큼 크다"

"동감한다. 예전에 단국대 치대교수가 임플란트와 골다공증 치료제 회사를 세웠는데, 이때 회사 성장을 주도했던 것도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CFO였다. CFO가 투자자와 사장, 시장 사이에서 중간조율자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성공 노하우 하나씩 말해달라
"'기술·비즈니스 패키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4개 과기특성화대학끼리는 서로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잘 모르다. 4개 대학이 가진 기술을 합쳐 새 것을 만들 수 있고, 출연연이 가진 기술까지 합친다면 경쟁력 뛰어난 상품·서비스가 나올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지주와 미래과학기술지주가 공동 연합해 새 기술지주회사를 만들 수도 있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 같이 보완할 수 있을 형태로 회사를 만들면 훌륭한 기술창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필요한 데이터베이스(DB)는 특허출원 목록이 아니라 연구하시는 분들이 특허출원 전에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를 파악할 수 있는 DB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사업비를 받아 1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4개 과기특성화대학 기술을 하나의 DB로 통합 구축하는 것이다. 어느 분야 교수가 어떤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지, 또 일반인들이 봐도 이게 무슨 기술이구나라는 것을 한번에 알 수 있는 판매기술서(SMK.sales material kit) 형태로 제작중이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한국과학기술지주가 만든 자회사, 미래과학기술지주가 만든 자회사가 향후엔 수직·수평계열화 될 텐데 이때 효율적인 자회사 간 협업·통합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버클을 제조하는 A사와 가죽을 생산하는 B사가 합친다면 우수한 정장용 허리띠를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다. 이런 식의 협업 모델을 통해 일 더하기 일이 2가 아닌 4와 5가 되는 시너지 회사가 나올 수 있다"

-간과해선 안될 점은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에 기술을 다 뺏겼다고 하지만 쌍용차는 지금도 잘 돌아간다. 이곳 연구소장이 20년간 바뀌지 않았다고 들었다. 기술핵심인력이 계속 새로운 뭔가를 뽑아내고 있다.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 디자인, 또 어떤 능력을 갖춘 차를 만들지를 경영자들이 정하면, 연구원들이 이를 기술력으로 뒷받침한다. 기술 엔지니어들은 후방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직접 사업을 하려고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쌍용자동차 사례에서 보듯 좋은 카운트파트너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역할 중 하나가 검증된 사람과 자금을 연결해 주는 작업이다"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한국의 새한미디어가 1998년에 만들었다. 하지만 돈은 엉뚱하게도 애플 등 다른 기업에서 벌었다. 비슷한 예로 VCR 시장에서 베타와 VHS가 경쟁할 때 소니가 막강한 기술·자금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VHS 측에게 무릎을 꿇었다. 세력형성이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 홀로 세상을 다 먹겠다고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같이 갈 수 있는 회사들끼리 힘을 합쳐 분위기를 만들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만큼 파트너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충고할점은
"스타트업 대성을 희망하는 연구원이라면 자기를 죽여야 한다. 자신을 낮추고 다른 전문가들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리더가 자신을 죽일수록 조직은 더 커진다.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자금이 오고, 그러면 회사는 큰다는 사업 기본을 되새겨 볼 때다"

"내가 다해서 다먹으면 100이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일천, 일만이 돼 200이나 2000의 몫이 돌아올 수 있다. 사업과 시장의 볼륨을 키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100%에 눈이 멀어 항상 똑같은 오류를 범한다"

◆한국과학기술지주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17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530억원을 출자해 공동설립한 출연연 중심의 기술사업화 전문회사. 성장 단계별로 다양한 인큐베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연구소기업과 조인트 벤처, 자회사 편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출범일 2013년 11월 22일.

▶조남훈 초대 대표이사
-대덕인베스트먼트(대전시 출자회사) 부사장
-이노폴리스파트너즈(특구기술사업화펀드 운용) 파트너
-LG벤처투자(현 LB Investment) 책임

◆미래과학기술지주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등 4개 과기특성화대학이 기술벤처육성을 위해 자본금 20억원을 공동 출자해 만든 기술사업화 전문회사. 4개 대학은 2018년까지 5년간 140억원을 추가 출자할 계획이다. 출범일 2014년 3월 19일.

▶김영호 초대 대표이사
-전북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보스톤 창업투자 총괄 부사장 등 역임
-LG전자·LG텔레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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