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형평성 맞춘다더니… 부자 감세 논란만 키운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4.06.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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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양도소득도 건보료 대상에서 빼주는 방안 유력…"소득 없는 자산가 건보료 다 피해간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를 재산이 아니라 소득 중심으로 연내 개편하기로 한 가운데 상속·증여·양도소득을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연내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한 가운데 당초 건보료 부과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상속·증여소득을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맡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하 기획단)' 내부에서조차 상속·증여소득이 재산에 포함되는지, 소득에 포함되는지 심각하게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획단이 논란에서 비켜가기 위해 아예 이들 소득을 부과대상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건보료 부과 형평성에 심각한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도·퇴직소득에도 건보료 부과, 상속·증여소득은 제외?=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기획단의 건보료 개편안 모의운영 결과는 월급은 물론 연금·퇴직소득과 양도소득 등을 건보료 부과 대상에 넣고 소득이 없는 가구는 기본 보험료만 내는 방안이 골자다.



이 경우 월급 외에 과외 소득이 있는 직장인들의 건보료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직장인 식구에 피부양자로 얹혀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던 사람도 앞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다면 마땅히 건보료를 내는 방향으로 바뀐다. 개편안은 대신 소득은 없지만 재산이 있어 건보료를 내야 했던 지역가입자는 건보료 부담을 크게 줄여줄 방침이다.

문제는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가 큰 틀인 개편안이 상속·증여소득은 부과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도 1회성 소득이라는 이유로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건보공단이 다양한 조건을 바탕으로 160개의 모의 운영 방안을 내놓았는데 이중 절반은 상속·증여소득을 건보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기획단 회의에서 제시한 재정 추계 기본안에도 상속·증여소득은 부과 대상에서 빠져 있다.


기획단 관계자는 "상속소득과 증여소득이 구체적으로 재산에 해당하는지, 소득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기획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며 "이 때문에 이들 소득을 아예 빼고 재정추계를 해 기본안을 제시하는 방향이 유력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형평성 맞추겠다더니 고액자산가는 건보료 면피할수도=건보료 부과체계가 재산중심에서 소득중심으로 바뀔 경우 재산은 많지만 소득은 적은 사람들은 건보료를 피해갈 수 있다.

반면 양도·상속·증여소득에 건보료를 매기면 재산을 양도하거나 상속·증여할 때 건보료를 내야해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기획단 일부 관계자는 바로 이 대목이 개편안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한해 양도·상속·증여소득은 71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이미 한국조세연구원 자문을 통해 "상속·증여세는 심화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부과되는 것이므로 보험료 부과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 그런데도 기획단이 이들 소득을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부자들은 왜 건보료를 안내느냐"는 건보료 저항을 부를 수 있다.

개편안이 재산에 부과하는 보험료를 줄이는 상황에서 양도·상속·증여소득까지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빼줄 경우 건보료 재원 조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소득은 물론 자동차세나 주세·담배세 등에 또 다시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부활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 없는 고액 재산가의 건보료를 어떻게 거둬들이느냐가 이번 건보료 개편안의 핵심 문제"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다양한 논의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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