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형평성에 맞지 않는 건보료 부과체계가 앞으도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13일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 조치라는 명목으로 주택 임대소득을 따로 올린다고 해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건보료를 현행처럼 내지 않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임대소득 세부담 줄이겠다고 건보료 체계 망가뜨려서야=이날 정부는 임대소득 때문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유지되는 사람이라도 해당소득이 한해 2000만원 이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임대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다면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시켜 당연히 건보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지역가입자 전환 조건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현행 제도로도 2000여만명이 피부양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행 지역가입자 전환 조건은 9억원 넘는 재산이 있거나,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상금· 원고료 등 기타소득과 근로소득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연금 등 연금소득이 각각 연 4000만원을 넘을 경우이다. 만약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피부양자로 분류돼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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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임대소득도 사업소득으로 분류돼 사업자등록이 있을 경우에는 무조건 예외없이, 사업자등록이 없다면 해당소득이 한해 5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정부의 발표로 소득 제한선이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아진 것이다.
즉 8억9000만원의 자산이 있고 한해 3900만원 규모의 연금소득과 3900만원 규모의 배당소득을 올리며 추가로 1900만원의 주택 임대소득이 있어도 직장인 자녀만 두고 있다면 건보료는 한 푼도 안내도 된다. 이는 직장인의 경우 월 120만원 씩 연소득이 1440만원만 있어도 매달 7만2000원의 건보료를 내는 것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건보료 근본개선 말뿐? 거꾸로 가는 정책=이번 정부 발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겠다던 건보료 근본 체계 개선과도 한참 동떨어져 보인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재산과 소득 구간에 따라 산발적으로 걷고 있는 건보료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건보료가 있게 해 형평성을 최대한 맞춘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 규모를 줄이고 노후 차량 등 자산에 부과하던 건보료는 축소하는 방안 등으로 개선안의 큰 가닥을 잡았다. 보건복지부는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통해 이런 개선안을 연말까지 내놓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정부 스스로 정책 기조를 어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건보료 개선방안을 정부가 뒤집는 상황에서 앞으로 부과체계를 개선한다고 누가 그것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밝혔다.
지난해 불합리한 건보료 체계 때문에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접수된 민원만 7158만9000건에 달한다. 이날 조치로 앞으로 국민들의 건보료 민원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민 임대소득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크다고 하니까 현 체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이라며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전면 조정한다면 이번 임대소득은 물론 기존 금융소득 조건도 재검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