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히트 명품은 1986년 '버버리 코트'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4.06.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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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K메이드'를 키우자]<1회 ②>명품시장 포문 연 버버리…'3대 명품' 명성은 여전

편집자주 명품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연간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전혀 매출이 없고, 철저히 소비만 하는 국가다.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이 세계 명품 시장을 놓고 자국 브랜드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명품 분야만큼은 힘을 쓰지 못한다.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형 명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에 세계 명품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찾아 그들이 명품이 된 노하우와 역사를 분석하고, 한국 패션기업들의 명품을 향한 고민들을 들어본다. 세계 명품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는 한국형 명품의 탄생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들도 진단해본다.

한국 명품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버버리 트렌치 코트'(왼쪽) 프라다 백팩(오른쪽 위), 페레가모 슈즈(오른쪽 아래)한국 명품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버버리 트렌치 코트'(왼쪽) 프라다 백팩(오른쪽 위), 페레가모 슈즈(오른쪽 아래)


한국 명품시장 역사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기성복과 핸드백, 신발 등 수입을 공식 허가한 시점이다. 일본인들은 세계 전역을 누비며 명품을 싹쓸이했지만, 한국은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이어서 사람들이 해외 수입품을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유로통상과 웨어펀인터내셔널 같은 한국의 1세대 명품 수입업체들은 버버리, 몽블랑, 아이그너, 베르사체 등 유명 해외 브랜드 상품을 공식 수입했다. 이들 브랜드 중 가장 먼저 히트를 친 것은 유로통상이 1986년 들여온 버버리. 당시 100만원을 호가했던 버버리코트는 부유층 사이에서 혼수 필수품이었을 정도다.



1989년 해외여행 규제가 풀리면서 명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면세사업을 통해 한국 시장의 성장성을 감지한 루이비통과 샤넬은 각각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사업에 나선다. 구찌와 아르마니가 각각 성주인터내셔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한국에 첫선을 보였다. 백화점마다 1층에 수입 브랜드 매장을 잇따라 입점시켰다. 갤러리아백화점이 1990년 서울 압구정동에 명품관을 개관했고, 현대백화점도 고가 수입품을 일반 상품과 분리해 진열하며 소비자에게 명품 이미지를 각인시켜갔다.

하지만 당시 명품은 외국에 거주했거나 해외여행 기회가 많았던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선 1995년 전후에야 비로소 프라다와 에르메스, 페레가모가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한국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이 시기 루이비통과 샤넬은 백화점에 대형 부티크 매장을 내는 작업도 본격화했다. 이런 영향으로 1990년대 중후반에는 명품족 사이에서 '구찌 벨트', '페레가모 슈즈', '프라다 백팩' 이 인기를 끌었다.



'빅3'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들. 루이비통 스피디백, 샤넬 2.55백, 에르메스 켈리백'빅3'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들. 루이비통 스피디백, 샤넬 2.55백, 에르메스 켈리백
2000년대 들어 명품은 각종 비리사건의 그림자가 되기도 했다. '최규선 게이트'(2002년)의 베르사체 슈트, '박연차 사건'(2006년)의 피아제 시계, '신정아 사건'(2007년)의 반클리프&아펠 보석이 단적인 예다. 대중들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2005년에는 서울 강북에도 명품관이 생겼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옆에 들어선 '에비뉴엘'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명품업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에르메스와 샤넬 등 초고가 브랜드는 경기 부침을 전혀 받지 않는반면 중산층이 즐겨찾는 구찌, 페레가모, 버버리 등은 불경기에는 인기가 시들하다. 이들 브랜드에 식상한 명품족들은 이제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발렌티노, 발렌시아가 등 신흥 브랜드로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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