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머니투데이
이후에도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유통기업 오너들의 만남은 경쟁적으로 계속됐다.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유통기업 총수들이 명품기업 회장을 만나려고 적극 나선 것은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루이비통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1∼2층 노른자위에는 어김없이 명품 매장이 입점해 있다. 명품 브랜드 간판이 백화점 이미지와 매출에 직결되는 만큼 유통업계는 판매수수료, 리뉴얼비용 등 면에서 한국 브랜드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입점 경쟁을 벌인다.
연도별로는 △2009년 1530억유로(212조원) △2010년 1730억유로(239조원) △2011년 1920억유로(266조원) △2012년 2120억유로(293조원) 규모였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2% 성장하는데 그쳤지만 전 세계 불황에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했다.
한국의 명품시장은 83억유로(12조원)로 세계 8위 규모다. 미국이 625억유로(86조원)로 독보적인 1위이다. 이어 일본 172억유로(24조원), 이탈리아 161억유로(22조원), 중국 153억유로(21조원) 등으로 2∼5위로 조사됐다. 이어 프랑스 151억유로(21조원), 영국 121억유로(17조원), 독일 99억유로(14조원) 등이 한국보다 명품시장 규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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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관세제도로 아시아 거대 명품시장으로 부상한 홍콩(77억유로, 11조원), 러시아(58억유로, 8조원) 등은 오히려 한국보다 명품시장 규모가 작다.
송지혜 베인앤컴퍼니코리아 파트너(부사장)는 "한국은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고 확산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며 "인구수나 소득수준 등을 감안해 분석하면 세계 5위권 시장에 속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루이비통 면세매장. 루이비통은 전세계 공항 면세점 중 최초로 한국 인천국제공항에 매장을 열었다. /사진제공=신라면세점
명품 소비는 대국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받는 한국 브랜드가 거의 없는 것은 치명적 문제다. 최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MCM 등 매스티지(대중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한국은 명품 브랜드의 무풍지대인 셈이다. 매년 명품 수입은 늘고 있지만 정작 명품 수출은 제자리인 국가. 한국 명품 산업의 현 주소다.
반면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를 배출한 프랑스는 명품산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대표주자인 LVMH그룹의 경우 루이비통을 비롯해 크리시찬 디올, 지방시, 셀린느, 로에베,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만 6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이들 브랜드는 4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 명품시장의 13%를 차지하는 규모로 삼성패션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한국 패션시장 전체 규모(36조500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구찌와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브랜드를 보유한 케어링그룹은 단일 그룹으로 1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정재우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이미 창의력 넘치는 우수한 디자이너들이 다수 등장했지만 한국은 이들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상품화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며 "패션산업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우려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콘텐츠를 육성하는 한편 비즈니스 차원에서 해외 브랜드 인수합병(M&A) 등도 고려할 만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