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M&A 막는다지만…상장사 초다수결의제 남발 논란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4.05.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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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대비 올들어 50여개사 도입…기존 경영진 견제 어려워 신중해야 반론도

# 지난 3월 28일 한국콜마 (54,200원 ▲1,300 +2.46%)는 주주총회 안건의 하나로 정관에 '초다수결의제'를 포함시켰다.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인해 기존 이사 해임이나 신규이사 및 감사 선임 결의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가 출석하고 출석 주주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한다는 내용이다.

# 같은날 열린 신일산업 (1,750원 ▲2 +0.11%) 주총에서는 지분 11.27%를 보유한 개인투자가 황모씨가 적대적M&A를 시도했다. 황씨는 황금낙하산 조항과 초다수결의제 폐지를 주장하며 김영 신일산업회장측(지분율 9.9%)과 지분대결에 나섰지만 자본시장법상 주식대량보유사항 보고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황씨는 주총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올들어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는 상장기업이 늘고있다. 하지만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어려워지고 주주권을 비정상적으로 제한하는 만큼 신중해야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초다수결의제란, 주주총회 결의요건으로서 보통결의 또는 특별결의같은 다수결요건을 더욱 강화한 의사결정방식이다. 현재 상법상 주총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결의로 규정되어 있다.



올들어서만 한국콜마 (54,200원 ▲1,300 +2.46%)를 비롯해 콤텍시스템 (686원 ▼7 -1.01%), 나노캠텍 (662원 ▼4 -0.60%), 내츄럴엔도텍 (2,465원 ▼55 -2.18%), 유니온스틸 (10,500원 ▲200 +1.9%), 이필름 (1,392원 ▲237 +20.52%), 이화전기 (899원 ▲129 +16.75%) 등 50여곳이 이사해임이나 인수합병에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했다.

최근 지배주주가 비교적 낮은 지분율을 보유한 기업들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는데다 2015년부터 중립투표제(셰도우보팅)이 폐지되는 만큼 그 이전에 정관변경을 통해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한국기업구조원에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상장기업 1601개사 가운데 7.7%가 임원해임 요건을, 그리고 3.4%가 합병특별결의 요건을 강화했다. 특히 코스닥 기업의 경우 임원해임의 11.8%, 합병특별결의는 5.1%로 비율이 높다.


기업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초다수결의제 도입 기업의 상당수는 출석주주 의결권의 90%이상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70%이상 찬성을 결의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초다수결의제 확대를 두고 시장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다수결의제는 애초 현금합병시 불공정한 조건에서 퇴출위험에 처하게되는 소수 주주들에게 거부권을 부여해 이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적대적 M&A방어나 이사해임요건 강화 등 현경영진의 지배력 행사에 유리한 쪽으로만 활용하려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초다수결의제에대해 국내에서는 명시적인 법규정도 없는 상태다. 학계에서도 기업 사적자치의 영역으로 자사 특성에 맞는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어렵고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M&A까지 막아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초다수결의제 남발을 막기위해 전체 주주들에게 정관변경시 이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전 공시를 강화하고, 현경영진에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소액주주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경우 해외에서처럼 법제화를 통해 그 요건을 명문화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승영 연구위원은 "90%이상 찬성 등 지나친 초다수결의 요건 도입시 적대적 M&A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이는 결코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도 없다"면서 "초다수결의제가 남발되면 경영진에대한 견제가 어려워지고 자칫 법정다툼으로 비화돼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하게 허용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황금낙하산=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임원이 인수로 인해 임기 전에 사임시 퇴직금과 싼 가격의 주식 매입권(스톡옵션), 일정 기간의 보수와 보너스 등을 받을 권리를 주는 것을 뜻한다. 이는 경영자의 신분을 보장하면서도 인수·합병 비용을 높여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는 효과가 있다.

셰도우보팅(Shadow voting)=주주총회 의결정족수가 부족한 경우 예탁결제원 보유주식을 바탕으로 주총참석 의결권을 찬성·반대 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이 저조한 상황에서 주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도입됐으나 대주주들이 이를 남용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2015년부터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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