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중장년층을 성장동력으로 키우자

머니투데이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2014.04.2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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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 중장년층을 성장동력으로 키우자


올해 ‘3월 고용동향’을 분석해 보면 30대 취업자는 줄고 50대 이상은 늘어났다. 중장년층의 고용 증가가 청년실업의 충격을 일부 흡수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최근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17년 장년고용률 목표를 67.9%에서 68.2%로 상향 조정했다. 신중년 고용 활성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와 해법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지구촌에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 중 하나다.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25~49세의 핵심생산인구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15~64세 생산가능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59.2%에서 2013년 53.9%로 낮아졌다. 화이트칼라의 평균 정년은 불과 53세다.



고령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성장잠재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여성고용률을 높이지 못하고 고령화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2025년 성장률이 2%대로 급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중국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된다.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가 2억 명을 돌파해 14.9%에 이르고 있다. 4년 전에는 그 비율이 12%였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도 2011년 9%에서 2025년 22%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고 한다.

노후생계가 막막한 중장년층 비율이 높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서울대·메트라이프 조사에 의하면 공적연금·기업연금 등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갖춘 비율은 불과 14%다. 우리나라는 2011년 노인 빈곤율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그들이 좀 더 일해야 할 이유다. KB금융지주 경제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베이비부머의 83%가 퇴직 후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 노후준비가 미흡한 비율도 24.4%로 조사됐다. 자녀 결혼과 교육, 채무 상환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많이 뛰어드는 자영업이 오히려 노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가계 부채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층과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청년층과 장년층이 선호하는 직종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의 재취업은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 대기업에서 습득한 기술과 경험을 중소·중견기업에 전수해 성과창출에 기여한다. 전경련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0%가 고용한 중장년의 업무성과에 만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장기근속 등 직업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중장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60세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 비율은 2012년의 경우 16.3%에 불과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기업의 72.6%가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67.3%다. 일본이 정년연장에 따라 계속고용 제도와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충격을 흡수한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삼성그룹이 정년 연계형 임금피크제 도입을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중장년층에게 탄탄한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력단절여성의 1.4%만이 체계적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인생 이모작 성공을 뒷받침할 직업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 사회복지서비스 등 고령친화형 일자리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적극적 신중년 고용창출책을 펴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산업현장의 노동 숙련도를 높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장년층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면 노인문제-인력난 등 우리사회의 많은 숙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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