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시계 날개 돋쳤다는데…토종 수입업체는 왜 '울상'?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4.04.17 05:50
글자크기

고가 브랜드 수나 판매 가격에서 외국 직영법인 못 당해..실적 양극화 더 심해질듯

불황도 비껴간다는 사치품 수입시계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 브랜드가 직영하는 한국법인은 사업이 급신장하는 반면 해외 브랜드와 수입 계약을 맺은 토종 수입업체는 영업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6일 본지가 국내 주요 사치품 수입시계 판매업체 8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98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으로 일반 사치품 판매는 위축됐지만 초고가 사치품 시계는 아랑곳없이 시장 규모를 두 자릿수로 키웠다.



A백화점 관계자는 "올 1분기에도 사치품 수입시계 판매 신장률은 단연 돋보인다"며 "매장 평균 매출 신장률은 5%선이지만 수 백 만원대 수입시계 매출은 10%를 훨씬 웃도는 신장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속 성장은 유독 해외 브랜드의 한국법인만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치몬트코리아(3월 결산법인)와 스와치그룹코리아, 한국로렉스 등 3개사의 지난해 한국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22.6% 늘어난 772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우림FMG와 명보에스에이, 명보아이엔씨, 앰엔비아이엔씨, 유로통상 같은 토종 수입사 5곳의 매출 합계는 전년대비 1.5% 감소한 212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온도차가 더 컸다. 한국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대비 43.9% 급증한 645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토종 수입사들의 영업이익은 5곳을 합쳐도 44억원에 머물렀다. 전년대비 59.6% 급감한 실적이다.

똑같이 고급 수입시계를 취급하는데 이처럼 냉온탕 실적격차는 해외 본사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한국법인이 상대적으로 고가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리치몬트인터내셔날이 지분 100%를 보유한 리치몬트코리아는 국내에 바쉐론콘스탄틴과 예거르쿨트르, 아랑게운트죄네, 로저 드뷔, 파네라이, IWC, 피아제 등 개당 1000만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스와치그룹코리아(스와치그룹 지분율 100%)도 브레게나 블랑팡, 글라슈테 오리지날, 자케드로, 오메가, 론진 같은 고가 라인업으로 무장하고 있다.


반면 토종 수입업체인 엠앤비아이엔씨는 제니스와 브라이틀링, 에르메스 등 고급 시계 라인업이 3개 정도며, 명보에스에이는 위블러와 해리윈스턴 등 2개에 그친다. 우림FMG는 20개가 넘는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 중 초고가 브랜드는 파텍필립과 쇼파드 2개 뿐이다. 이렇다보니 매출이나 영업이익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마케팅이나 기업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토종 수입사 쪽이 훨씬 부담스럽다. 한국법인들은 평균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중이 16% 정도지만 토종 수입업체들은 50%를 웃돈다. 한국법인들은 본사 지원을 받지만 토종 수입사들은 모든 비용을 자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와 수익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가 한국법인에 더 유리한 구조"라며 "보유 브랜드 수나 판매가격에 따라 시계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업체별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