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만의 트라우마는 잊자

머니투데이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2014.04.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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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국내 투자자는 코스피 2000만 다가오면 주식을 팔고 싶어 한다. 코스피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생겨난 일종의 '트라우마'에 대한 반작용이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한번도 2050 이라는 숫자를 넘지 못했고, 이러한 국내 투자자들의 대응은 적절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이러한 전략적 대응은 맞아 떨어질까?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이번에는 오판의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3월 중순부터 진행되고 있는 코스피 상승 속성에 있다.

현재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수급의 핵심 주체는 외국인이다. 이번 상승 국면에서 외국인은 지금까지 총 3조4000억원(일 평균 2400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최근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고 있는 이유가 한국 증시 고유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져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자금은 한국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신흥 증시를 사고 있다. 즉 신흥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고, 신흥 증시 내에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MSCI EM 지수 기준 16.1%)만큼 외국인은 수동적으로 한국 주식을 매수하는 구조다. 신흥 증시 인덱스에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 성격이다.

따라서 이번 국면에선 국내 투자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한국 증시 고유의 트라우마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 이를 테면 현재의 경기 환경에서 한국 증시 PER이 과연 10배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한국 증시의 대표 주식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올해 이익 증가율이 제한된 상태에서 KOSPI가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을까? 라는 식의 한국 증시 자체의 펀더멘털 잣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지금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은 지난 3년간 한국 증시의 박스권 상단이 2050인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제 투자자에게 남은 고민은 이러한 패시브 성격의 글로벌 자금이 언제까지 신흥 증시로 유입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신흥 증시 인덱스를 추종하는 가장 큰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MSCI EM ETF 추이다.

이 ETF 설정 좌수는 지난 3월 21일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관건은 지속 여부인데 2010년 이후로 추이를 길게 그려보면 증가세로 반전한 이후 예외 없이 추세적으로 좌수가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반짝 증가세의 속임수 국면이 없다는 얘기다.

기간은 통상 2~4개월 정도 이어진다. 외국인은 신흥 증시에 대한 투자를 대략 한 분기 정도의 모멘텀 플레이로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거 경험적 패턴을 적용해보면 이번 외국인 매수는 5월 정도까지는 기대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수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외국인의 방향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코스피 지수가 이번에도 2000에 막혀 주저앉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업종별 전략 대응에 있어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철저하게 외국인의 눈에서 봐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 비중만큼 산다고 해서 업종별로도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으로 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국인 자금의 벤치마크 지수는 코스피가 아니라 MSCI EM 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MSCI EM 지수에 편입된 한국 주식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업종별 시가총액 기준에서 코스피보다 MSCI EM 지수에 편입된 비중이 높은 업종은 IT, 자동차, 금융이다.

예상대로 지금과 같은 자금 성격의 외국인 매수가 지속된다면 이들 업종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이들 업종에 대해 바텀업 관점에서의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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