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주식시장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 2014.04.14 13:52
글자크기

[머니디렉터]

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


원/달러 환율이 달라졌다. 2008년 이후에 가본 적이 없던 1050원 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환율 수준은 투자자들에게 묵은 생각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환율과 외국인의 관계이다. 이 둘의 관계에서 등식처럼 제시하던 것은 외국인은 1050원 이하에서는 한국주식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밑에서는 이익실현에 나서고 환율이 1100원은 더 넘어야 산다는 식의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시장의 추세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가 없고,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약한 동안에는 환율과 연계한 외국인들의 매매 비중이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인 13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는 동안 원화 강세속도가 빨랐고, 환율과는 무관하게 매수세가 들어오는 양상이었다. 외국인들은 환율보다는 기업과 시장에 더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등식은 한동안 다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환율 전망은 원화 강세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달러 보유심리가 높았다. 이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13년 원/달러 환율 고점은 6월 25일로 1163.5원이었다. 이를 고점으로 해서 연말 1055.4원까지 10%가까이 하락했다.



그럼에도 달러는 계속 오를 것이고 원화는 약세일 것이라는 믿음에 달러예금은 더 늘기만 했다. 달러예금은 5월에 276억 달러에서 올해 2월에는 397억달러까지 44%, 금액으로는 121억달러가 늘었다.

달러 강세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면 달러예금은 다른 통화예금으로 바뀌던가, 원화로 환전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때문에 원화 값이 오를 거라고(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이 바뀌면 그것이 현실로 굳어져 갈 수 있다.

신흥국가에 대한 투자는 위험하고,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이 좋다는 시각과 업종에 있어서도 바이오, SNS 등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좋다는 시각도 오랜 믿음 중에 하나다.


이 역시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타미플로 개발과 C형 간염치료제 소발디 등 혁혁한 성과를 보여온 길리어드 사이언스, 그리고 페이스북. 테슬라와 같은 주목 받았던 미국 기업 주가도 조정을 겪고 있다.

최근 오히려 많이 오르는 종목들을 보면 존슨앤존스, 유니레버와 같은 기업 주가 상승이 더 두드러진다. 신기술과 매우 전통적인 상품이라는 특징이 있다. 쇠를 녹이고 제품을 조립하고 이런 시장에서의 두드러진 강자는 한국이고, 대만이다. 두 나라 통화가 최근 3주간 가장 많이 오르는 통화로 부각된 것은 이런 국가들이 돈을 잘 벌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바이오 주식의 조정이 깊어질 때 두드러지게 주가가 올랐던 대표적인 국가는 인도, 인도네시아 같이 위기에 몰렸다 살아나는 나라들이었다. 이들 주식시장을 견인했던 산업은 은행, 에너지, 필수소비재와 같은 업종이었다.

그리고 한국, 대만이 부상하면서 회복을 주도하는 것은 전통 제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대만이 가장 잘하는 것이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의 묵은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게 시장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투자는 가치보다 싼 주식을 찾은 것인데, 이 싸다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바뀐다. 환경변화에 맞추어 싼 주식을 다시 찾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