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신제품 출시 직전 제품을 검사하다가 전등 하나의 지지대가 부러진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우에가 제품을 모조리 검사해본 결과, 출시를 앞둔 신제품 가운데 절반 이상의 지지대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생산된 제품은 무려 1만개로 약 2개월치 생산분이었다.
결국 이우에는 출시 직전의 갓전등 1만개를 전량 폐기하고 다시 제조하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다시 도산 위기에 처해 회사가 문을 닫더라도 노력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지만, 신뢰를 잃어버리면 영원히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이우에의 판단이었다.
논어 '안연편'에 따르면 공자의 제자로 훗날 노나라 재상이 된 자공이 어느 날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가 답했다. "백성의 양식이 넉넉하고 국방력이 튼튼하면서 백성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세가지 중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군대다" "나머지 두가지 중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공자는 망설임없이 "양식"이라고 답했다.
공자는 마지막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으로 '신뢰'를 꼽았다.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서지 못한다'라는 뜻의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유명한 구절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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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제품에서 불량이 발견됐을 때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하게 폐기하고 신뢰를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선택이다.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사장을 지낸 이기태 연세대 교수가 1995년 삼성전자 임원 시절 일부 휴대폰 등에서 불량이 의심되자 구미공장에서 500억원 상당의 휴대폰 15만대를 불태워 버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 자동차 모델의 LPG(액화석유가스) 차종에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사고에서는 3명이 다치고 심지어 1명이 숨지기까지 했다. 해당 차종의 제조사는 사고 때마다 일부 부품을 교체해주면서도 여전히 "급발진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서지 못한다"는 공자의 말이 뇌리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