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이승엽의 미래와 이치로의 현재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3.0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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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나이 41세, 뉴욕 양키스의 스즈키 이치로는 올해도 현역으로 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후 2001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치로는13시즌동안 2742안타를 기록한 '타격 천재'다. 그의 야구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다시 보인다. ⓒ사진=OSEN↑ 올해 나이 41세, 뉴욕 양키스의 스즈키 이치로는 올해도 현역으로 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후 2001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치로는13시즌동안 2742안타를 기록한 '타격 천재'다. 그의 야구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다시 보인다. ⓒ사진=OSEN


‘싸우는 상대가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에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겠다.’(2006 제 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41)가 한 말이다. 사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는 없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얘기 했는지 본인이 아니라면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오해가 있을 수 있고 말을 옮기면서 본질이 왜곡되기도 한다.

소치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문 김연아는 의연했다. 정작 당사자는 대범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주위에서 난리가 났고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스즈키 이치로는 1973년 생으로 은퇴한 박찬호와 41세 동갑이다. 스프링캠프 중인 그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은퇴를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당당했다. 자신보다 한 살 젊은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가 ‘올시즌을 마치고 은퇴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치로는 현역으로 더 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치로는 지난 해 2할6푼2리로 자신의 한 시즌 최저타율을 기록했고 올시즌 소속팀 양키스가 제이코비 엘스베리, 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해 이제는 겨우 외야 백업 선수로 전락했다.



그는 ‘시즌이 시작되면 어떤 생각이 들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철저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만 2742안타를 기록하며 현역 선수 중 최다 안타 3위에 올라 있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데릭 지터가 19시즌 동안 3316안타로 1위, 이보다 1년 앞서 1994년 메이저리거가 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스테로이드 파문으로 올시즌 전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당했는데 작년까지 20시즌 동안 2939개로 2위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후 2001시즌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신인으로 나선 이치로는 13시즌에 2742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글쓴이는 오래 전인 2007년 올스타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던 이치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사상 첫 ‘인사이드 더 파크(inside the park) 홈런’을 기록하며 MVP에 선정됐다.

그는 MVP 인터뷰에서 ‘타율 2할 2푼을 쳐도 괜찮다고 구단이 허락하면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40홈런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팀에서는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 해 올스타전은 314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 MVP와 올스타전 MVP를 모두 따내 향후 명예의 전당 헌액이 사실상 보장돼 있다.

그런 이치로가 올시즌 뉴욕 양키스 외야진의 백업 선수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이치로보다 세살 아래인 삼성 이승엽도 묵묵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선동렬, 박찬호의 빠른 은퇴가 새삼 아쉬운 우리 프로야구에서 이승엽도 이치로처럼 롱런할수있을까 ⓒ사진=OSEN↑이치로보다 세살 아래인 삼성 이승엽도 묵묵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선동렬, 박찬호의 빠른 은퇴가 새삼 아쉬운 우리 프로야구에서 이승엽도 이치로처럼 롱런할수있을까 ⓒ사진=OSEN
2007년 당시 포지션 플레이어로 일본야구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는 이치로와 이승엽(현 삼성)이었다. 이승엽은 그 때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였다.

이치로가 올스타전 MVP에 등극한 날 이승엽은 하라 감독에게 2군 행을 요청했다. 극도로 부진하던 그는 왼손 엄지 부상이 악화돼 버티기 어렵자 올스타 휴식기를 이용해 부상도 치료하고 타격 감각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승엽은 구단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2군으로 내려가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당시 뉴욕 양키스에는 일본인 타자 마쓰이가 있었는데 그도 시즌 초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혀 메이저리그에서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 시각에서 자신이 아픈 것을 왜 구단과 팬들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선동렬 현 KIA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중 1999년 11월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선감독은 그해 1승2패28세이브를 기록하며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런데 마치 준비한 것처럼 유니폼을 벗었다. 1963년생인 그의 나이 36세였다. 은퇴 선언 후 메이저리그 보스턴에서 파격적인 영입 제안을 했으나 끝내 번복하지 않았다. ‘최고의 자리에서 명예롭게 은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이치로와 동갑내기인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고향 팀 한화로 복귀해 2012시즌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39세 때이다. 그는 선수 신분에서 처음으로 벗어난 지난 해 강연과 전시회 출판 등의 활동을 하며 보냈다.

현재 가족과 함께 LA 인근 마리나 델 레이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찬호는 ‘우리 한국 프로야구 팀들이 전지 훈련을 하고 있던 애리조나 피닉스에 가서 강연도 하고 선후배들도 만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편치 않다. 아직도 나는 왜 내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를 안 하고 있는지 어색하다’라며 은퇴가 여전히 실감나지 않음을 밝혔다.

삼성의 이승엽(38)은 조용하다. 박찬호, 이치로보다 세 살이 어리다. 이승엽은 묵묵히 시즌을 준비하며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자제하고 있다. 이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승엽도 2003년 11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뒤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민하며 LA 다저스를 방문했다. 당시 유력 신문인 LA 타임즈는 ‘LA 다저스가 한국의 이승엽 영입을 검토중이다.

이승엽은 2003시즌 삼성에서 56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일본의 전설인 오 사다하루가 세운 한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인 55개를 경신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승엽의 선택은 모든 것이 보장된 일본 프로야구 치바 롯데 마린스였다. 후일 메이저리그에 반드시 도전하겠다는 목표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신념이 다르고 가는 길 역시 같을 수는 없다. 다만 야구 자체에 대한 이치로만의 집념과 열정이 가슴에 와 닿는다. 새 시즌 개막이 목전이어서인지 선동렬감독, 박찬호의 빠른 은퇴가 새삼 아쉬우면서 이승엽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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