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2014 위기의 ‘베이비 붐 세대’ 감독들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2.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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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동렬, SK 이만수 감독 ⓒ 사진=OSEN↑삼성 선동렬, SK 이만수 감독 ⓒ 사진=OSEN


지난 2007년 새해를 맞을 때였다. 당시 프로야구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지도자는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를 거쳐 SK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야구에 복귀한 김성근감독이었다. 그는 1942년 12월 생인데 일본프로야구 현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쌓은 경험으로 무엇인가 자신의 야구에 대한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SK는 페넌트레이스부터 강했고 73승5무48패, 승률 6할3리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로 직행했다. 2위가 김경문 현 NC 다이노스 감독이 이끈 두산이었고 3위가 한화, 4위가 삼성이었다.



현 류중일 감독 체제로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 3연패를 달성한 삼성도 그 때는 4위였고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 1승2패로 져 탈락했다.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을 처음 맡아 2005-2006시즌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선동렬 감독도 3년째는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당시도 전문가들까지 삼성의 3연패를 조심스레 예상했는데 기대는 빗나갔다.



2000년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8년 만에 첫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물론 김성근감독도 팀을 페넌트레이스 1위로 이끈 것은 처음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결국 초점은 과연 김성근감독이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느냐였다. 당시까지 김성근 감독은 약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올리는 것은 가장 전문가로 인정을 받았으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키는 노하우는 부족하다는 인정을 받았다. 과거 태평양, 쌍방울을 성장시키는 것이 한계가 아니냐는 것이 중론이었다.

역시 그럴 것 같았다. 한국시리즈 1,2 차전에서 두산에 연패해 2패로 몰렸을 때까지만 해도 우승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김성근감독의 SK는 2패 후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김성근감독으로서도 1984년 OB(현 두산)에서 프로야구 첫 감독이 된 이후 24시즌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당시 글쓴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메이저리그와 프로스포츠를 취재하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 시점에서 전년도(2006년) 전 세계 공연계에서 콘서트와 음반 판매로 가장 많은 돈을 번 가수와 그룹의 순위가 발표됐다.

‘우먼 인 러브’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던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1942년 생으로 김성근 감독과 동갑이었는데 그녀는 9590만달러를 벌어들여 6위를 기록했다. 현재 환율로 보면 1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1위는 1943년 생인 믹 재거가 이끈 롤링스톤스로 1억5090만달러(약 1600억원)이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나 믹 재거 모두 당시 60이 넘은 나이였는데 여전히 엄청난 흥행을 자랑했다. 그 이유는 배경에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6년생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날 사람들이다. 당시 40-60세 사이였던 이들은 미국 인구의 1/3에 달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과 여유를 가져 모든 소비의 중심이 됐다.

메이저리그(MLB)와 프로풋볼(NFL), 프로농구(NBA), 아이스하키(NHL) 등의 주 수입원이 그들이 쓰는 돈이었다.

한국에서는 베이비 붐 세대가 미국과는 다르다. 조금 늦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 태어난 1955년생부터 1963년생을 말한다. 그 중 대표적인 세대는 미국의 팝 가수 마돈나와 같은 1958년 생 개띠 생들이다.
↑ 삼성 류중일, NC 김경문 감독 ⓒ 사진=OSEN↑ 삼성 류중일, NC 김경문 감독 ⓒ 사진=OSEN
한국프로야구는 지난 해 644만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2012년 715만명에서 10% 줄어든 수치이다. 물론 3년 연속 600만명 이상이어서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위상을 지키는데 손색이 없었으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상승세에서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여러 가지 이유와 분석이 나왔는데 글쓴이는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의 변화를 주목했다. 한국프로야구의 성장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층이 여성들과 가족 단위의 팬들이라는 것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적으로 프로야구 인기의 근간이 됐던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들, 지난 해 2013년 기준 만 50-58세인 팬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들이 현장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명예퇴직 등 여러 사회적 어려움으로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2군 퓨처스리그에 데뷔하는 KT 위즈 조범현 감독까지 모두 6명이다. 전체 10개 구단 중 6팀의 감독들이 베이비 붐 세대이다.

롯데 김시진 감독, NC 김경문 감독, SK 이만수 감독이 모두 대표적인 1958년생들이다. KT 위즈 조범현 감독은 1960년생으로 54세이며 그 다음으로 선동렬 감독(실제 1962년 생), 삼성 류중일 감독이 1963년생으로 베이비 붐 세대의 마지막이다.

그 위는 1941년생인 김응룡 한화 감독이 73세, 송일수 신임 두산 감독이 64세(1950년 생)로 뒤를 잇고 있다.

↑LG 김기태, 넥센 염경엽 감독 ⓒ 사진=OSEN↑LG 김기태, 넥센 염경엽 감독 ⓒ 사진=OSEN
그 아래가 지난 해 큰 성공을 거둔 넥센 염경엽 갑독(1968년생 46세) LG 김기태 감독(1969년생 45세)이다. 이렇게 베이비 붐 세대 6개 구단 감독들은 중간에서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변화의 중심에 서면서 시험대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2014 프로야구에서 ‘베이비 붐 세대’ 지도자들의 퇴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해 치욕적인 8위를 했던 KIA 선동렬 감독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이다. 그는 숙원이었던 신축 구장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2만2244석 규모의 아름다운 경기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나선다.

SK 이만수 감독 역시 계약 기간이 올시즌 까지다. 배수의 진을 치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지난 해 계약 기간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김시진 감독이 구단에 의해 타의로 넥센을 물러나게 되고 양승호 감독에 이어 롯데를 맡았으나 6년 만에 가을 잔치에 나가지 못해 롯데 팬들의 충격은 컸다.

용병감독 제리 로이스터 3년, 고려대 감독을 거쳐 롯데 사령탑이 된 양승호 감독의 2년까지 롯데는 5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선 바 있는데 정작 김시진 감독은 첫해에 기대에 못 미쳤다.

베이비 붐 세대 중에는 한국시리즈 3연패의 삼성 류중일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은 재계약했다. 류중일 감독은 역대 감독 최고대우를 받았고 김경문 감독은 계약 기간을 1년 앞두고 3년을 더 연장 계약하는 새로운 역사를 쓸 정도로 구단의 신뢰가 대단하다.

73세인 김응룡 한화 감독 역시 올시즌이 계약 기간 마지막 해이다.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김감독의 야구 인생을 볼 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는 염경엽, 김기태 감독 세대, 즉 베이비 붐 세대 아래로 급격히 젊어질 수 있다.

고양 원더스 김성근(72)감독, 현재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인 김인식(67) 감독이 현장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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