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추신수·이대호의 야구 시력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2.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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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시력(視力)’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미국인의 자존심이자 자랑인 메이저리그는 크게 두 가지 스캔들로 얼룩이 져 있다. 숨기고 싶은 치부가 도박이고 그 다음이 스테로이드이다.

도박은 첫번째가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벌어진 ‘블랙삭스 스캔들’이고 세월이 흘러 1987년 신시내티 레즈 감독을 하던 피트 로즈가 무려 52경기에 자신의 팀의 승패에 돈을 건 사건이 일어났다.



피트 로즈는 1963년부터 24시즌을 현역으로 활약하면서 모두 4,256개의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운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이 감독하는 팀의 승패에 돈을 걸었고 그것도 승리가 아니라 ‘패한다’ 쪽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메이저리그는 물론 미국 사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피트 로즈는 1989년 결국 야구계로부터 영구 추방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는 중재안을 받아들이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도박에 이어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은 2000년대 중반 터진 특정 선수들의 근육 강화제 ‘스테로이드’ 복용이었다.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어 자신의 실력을 훌쩍 넘어서는 기록을 작성해낸 것이다.

지난 2007년 8월7일 샌프란시스코의 배리 본즈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통산 756호 째 홈런을 쏘아 올려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의 756호 홈런 볼은 경매에서 75만2467달러(현재 약 7억7,0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됐는데 훗날 ‘스테로이드’로 만든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배리 본즈의 화려한 야구 인생은 사실상 2007년이 마지막이 됐고 그 뒤를 이제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따르고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지난 1월12일 중재위원회로부터 올시즌 전 경기 출장 정지(페넌트레이스 162경기와 포스트시즌 포함) 중징계를 받았다.


의문을 가져 본다. 피트 로즈는 도박이었으니 금지 약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세운 최다 안타 등의 대기록은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배리 본즈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스테로이드라는 근육 강화제를 이용해 엄청난 기록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스테로이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그저 그런 타자에 머물렀을까.

↑ 추신수 ⓒ 사진=OSEN↑ 추신수 ⓒ 사진=OSEN


배리 본즈와 알렉스 로드리게스 모두 아마 시절부터 ‘천재 타자’로 인정 받았던 선수들이다. 배리 본즈에 대한 특집 기사들을 찾아 보면 2004년 1월 메이저리그(MLB)와 프로풋볼(NFL) 전문 주간지 ‘스포츠 위클리’에 게재된 흥미로운 내용을 만날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의 전국 일간지인 ‘USA 투데이(TODAY)’의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 폴 화이트가 쓴 기사이다. 그는 당시 왜 배리 본즈가 최고의 타자인가를 분석했다.

출루율에 장타율을 더한 OPS(On-base plus slugging), 타고난 선구안(Selectivity at the plate), 배트 스피드(Bat speed)등 일반적인 타자로서의 능력과 함께 그의 시력(Vision)이 등장했다.

배리 본즈는 1993년 볼티모어 캠든 야즈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애틀랜타 보비 콕스 감독 등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감독 코치들과 함께 덕아웃에 앉아 있으면서 투수의 구질을 맞혀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1997년 인터리그가 생기기 전이어서 월드시리즈나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 외에는 상대해볼 기회가 없었던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투수들이 던지는 공을 홈 플레이트에 도달하기 전이나 투수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구종, 즉 슬라이더, 패스트볼 등을 정확하게 맞힌 것이다.

당시 코치 중 한명이 배리 본즈에게 어떻게 그것을 그렇게 빨리 알 수 있느냐를 질문했는데 그는 이에 대해 ‘그것이 안 보이는가. 공의 회전(rotation)이나 릴리스 하는 순간 투수의 그립(grip)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대답했다.

투수와 포수간의 거리 18.44m보다 투수로부터 덕아웃까지의 거리가 더 멀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시력이었다. 과연 정말 보였을까 의문이 갔지만 맞히는데야 안 믿을 도리도 없다.

↑ 이대호 ⓒ 사진=OSEN↑ 이대호 ⓒ 사진=OSEN
한국프로야구에서도 현 삼성의 이승엽이 TV 방송에 출연해 움직이는 것을 잡아내는데 있어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배리 본즈와 마찬가지로 그 것을 ‘야구 시력’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2013 일본프로야구에서 야쿠르트의 용병 발렌틴의 60홈런에 의해 깨졌지만 이승엽이 아시아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56개(2003년)를 작성한 배경에 ‘야구 시력’이 존재한 것이다.

다시 피트 로즈로 돌아가면 그는 타격의 기술에 대해 ‘볼을 보고 쳐라(See the ball, hit the ball)’라고 했다. 타격은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도 미 컬럼비아 대학이 1921년 연구 발표한 바에 의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12% 이상 뛰어난 시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렇게 증명된 야구 시력 이론에 따라 2005년을 전후 해 메이저리그에 ‘시력 훈련용 피칭 머신(ocular enhancement pitching machine)’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기계에서 시속 250km에 달하는 테니스볼이 날아오고 타자가 그 공에 표시된 것을 읽어내려고 노력해 시각 능력을 키우는 원리이다.

선수용으로 만들어진 첨단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거나 시력 교정 수술을 받는 것도 보편화돼 있다.

한국 야구 역사상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최대 몸값을 기록한 텍사스의 추신수와 소프트 뱅크 이대호의 야구 시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용병 타자들에게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 2014시즌, 한국 프로야구도 ‘야구 시력’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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