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다나카의 '통큰' 2억 전세기, 추신수가 그랬다면?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2.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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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87 전세기에 애완견 대동 뉴욕행… 日언론 두둔, NYT는 강한 비난

↑ '1억 5500만달러 사나이' 다나카 마사히로가 뉴욕으로 떠나며 2000만엔짜리 전세기를 타고가 논란이 됐다. ⓒ 사진 =AFP↑ '1억 5500만달러 사나이' 다나카 마사히로가 뉴욕으로 떠나며 2000만엔짜리 전세기를 타고가 논란이 됐다. ⓒ 사진 =AFP


억만장자가 됐다고 돈을 물쓰듯 쓰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까.

만약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총액 1억3000만달러(약 1393억원)에 계약해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1억 달러의 사나이’가 된 좌타자 추신수(32)가 지난 1월15일 미국 애리조나주 벅아이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편도 비용 2억원을 내고 전세기를 이용했다면 과연 야구 팬들은 물론 전 국민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전세기에 가족과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애완견까지 태웠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꽤나 요란하고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는 것이 일부 일본 신문들의 특징이다.



그런데 뉴욕 양키스와 7년간 1억5500만달러(약 1665억원)에 계약한 전 라쿠텐 우완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26)가 뉴욕으로 떠나며 2000만엔(약 2억원)을 지불하고 전세기를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뭐 그 정도야 할 수 있지’라는 ‘쿨(cool)’한 자세를 보였다.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24승무패, 평균 자책점 1.27을 기록한 ‘투수의 신(神), 다나카가 컨디션 조절을 위해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는 태도이다. 어쨌든 다나카가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것에 대해 일본 야구계는 대단히 우쭐하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사실 글쓴이는 다나카 마사히로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출에 깜짝 놀랐다. 그것이 용기(勇氣)인지 만용(蠻勇)인지, 아니면 자신의 야구에 대한 투자(投資)인지 알 수는 없다.

다나카는 폭설이 내린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9일 부인 사토다 마이, 애완견, 전담 직원인 사토 요시키 홍보부장 등과 함께 보잉 787 기종 전세기를 타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이 사실을 스포츠 닛폰 등이 보도하면서 편도 비용이 2000만엔(약 2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도착지인 뉴욕 케네디 국제 공항에는 약 100명의 미국 및 일본 등 각국 기자들이 다나카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짐만 나오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허탕을 쳤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뉴욕 양키스 구단이 힘을 써 다른 통로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 분명했다. 다나카는 미국 뉴욕 현지 시간 12일 화요일 오후 1시(한국 13일 새벽 3시) 양키스 전담 방송사가 생중계하는 초대형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하게 돼 있어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공항 회견’을 취소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나카의 스프링캠프 시작을 위한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해설이 나왔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뉴욕 케네디 국제 공항 이동에 전세기를 이용한 가장 큰 이유도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다나카가 컨디션 유지를 위해 도쿄에서 뉴욕까지 약 15시간 비행에 무려 2억원의 돈을 지불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다나카가 이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항공의 일등석,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서울에서 뉴욕까지 일등석이 1000만원에서 1300만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전세기를 탄 것으로 알려진 6명이 이용한다고 해도 전세기 2억원의 1/3 이 안되는 6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세기로 이동한다고 해서 도쿄-뉴욕 비행시간이 짧아지지 않는다. 다만 전세기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출발할 수 있고 다른 승객들과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으로 이동할 때 다나카의 전세기 이용은 일본 출신 스포츠 스타들 사상 처음이라고 의미를 뒀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개인 종목 세계 정상급 프로들과 연예 스타들의 경우 전세기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야구 선수가 국가간 이동을 하면서 전세기를 타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1998년부터 아시아나 항공에서 일등석 항공권을 제공받고 있다. LA 다저스 류현진과 텍사스 추신수는 항공사와 후원 계약이 돼 있지는 않지만 소속 구단과 장기 계약을 하면서 귀국 등 이동 시에 일등석 항공권 비용을 구단이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살펴보면 원정 숙소에서 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선수들에 따라 급의 차이가 있다. 스타 선수들은 최고급 스위트룸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는다. 스위트룸과 스탠더드 룸의 가격 차이는 항공의 일등석 일반석 수준과 비슷하다.

다나카의 2억원 전세기 이동에 대해 뉴욕 언론의 반응은 어땠을까? 뉴욕 타임즈 등 보수적인 언론들은 강하게 비난을 했다. 공항에 취재를 나갔으나 다나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피하며 빠져 나가 화가 났기도 했겠지만 그렇게 튀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곧바로 기사를 썼다.

선수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존중해주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보도 방식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뉴욕과 보스턴의 언론은 매우 공격적인 것은 분명하다. 이상훈과 김병현이 보스턴 시절, 박찬호 역시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 때 그런 경험을 했다.

중요한 것은 메이저리그에도 보이지 않는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나카와 마찬가지로 텍사스와 계약한 추신수 등 어마어마한 몸값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팬들과 언론이 더 주목(시기?)하고 견제한다. 박찬호가 텍사스에 입단해 부상으로 부진했을 때 텍사스 및 미 주요 언론들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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