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온상' 오피스텔…세입자는 떠도는 '유령'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4.02.1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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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가 꿈인 나라]<6>통계없는 오피스텔…세금 안걷고 혜택만 주려는 '정부'

'탈세온상' 오피스텔…세입자는 떠도는 '유령'


#올 4월 결혼을 앞둔 최모씨(36)는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다보니 지레 포기하고 오피스텔에 신혼살림을 차리기로 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이컨 등이 구비돼 따로 세간살림을 장만하지 않아도 되고 목돈이 들지 않는 점을 내세워 반대하는 신부를 겨우 설득했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 주말 서울 양천구 인근 중개업소를 돌아다닌 끝에 등촌로(옛 등촌동) 한 오피스텔 38㎡(이하 전용면적)를 계약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40만원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집주인이 주거용으로 신고하지 않아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등기소에 전세권을 설정해 35만원가량 비용도 들었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권설정 등기를 하면 보증금을 떼일 일은 없으니 걱정말라"며 "전입신고를 할 수 있는 오피스텔은 거의 없고 있어도 월세가 더 비싸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번에 이사하면서 오피스텔에 들어가는 세입자가 완전히 '봉'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며 "월세에 대해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말라는 얘기를 버젓이 하는데도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주택임대 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급속히 바뀌고 있지만 법·제도적 보호장치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금이 폭등하면서 주택 대신 오피스텔을 얻는 사례가 늘고 있음에도 오피스텔을 둘러싼 탈세와 탈법에 대해 정부와 세무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탈세온상' 오피스텔…세입자는 떠도는 '유령'
◇오피스텔 통계 없으니 세금도 '불투명'…탈세 조장하는 정부

11일 국토교통부의 '2012년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 1773만3831가구 가운데 주택외 '준주택'으로 분류된 오피스텔과 고시원 등은 31만3360가구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피스텔 통계는 따로 없다. 주거용인지 업무용인지도 알 수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아직 주택으로 통계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며 "최근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올 하반기엔 거주용오피스텔에 대해 따로 통계를 작성하려고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피스텔에 대해선 세금이 얼마나 걷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점을 악용, 오피스텔 주인들은 임대수익에 따른 세금과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추징당하지 않기 위해 세입자의 주거용 전입신고를 막는 것이다.

집주인들은 처음 오피스텔 분양 당시 업무용 오피스텔로 신고해 분양가의 10%에 달하는 부가가치세를 돌려받는다. 전입신고를 해 주거용으로 신고되면 이를 토해내야 한다. 업무용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수에도 포함되지 않아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세입자 전입신고 못해 '유령' 신분

이같은 집주인들의 오피스텔 탈세와 편법은 서민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전입신고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거지를 옮길 경우 14일 내에 관할 주민센터에 신고해야 하는데도 하지 못하니 '유령' 신분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민방위훈련통지서도 받지 못해 과태료를 내는 경우도 있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한 확정일자나 연말소득공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집주인이 임대차계약서상 특약으로 소득공제를 못하도록 막고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무시한 채 혜택만 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8·28 전·월세대책'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 구입시에도 국민주택기금 대출 지원을 받도록 했고 3억원·전용 85㎡ 이하 오피스텔을 5년 이상 임대할 경우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법인세를 20% 감면해줬다.

정작 중요한 건 시장에서 탈세와 편법이 기승을 부리는 데도 정부와 세무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국가 세수확보 차원에서도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 세무사는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통계가 명확지 않다보니 오피스텔 임대소득도 자진신고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며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해서 탈루사실이 적발돼도 시정안내문을 보내는 게 고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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