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녕사태'를 우려한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3.12.16 15:33
글자크기

'안녕들하십니까' 찬사 속 우려의 목소리도… "새롭게 의미 평가해야"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문구로 예쁘게 만든 이미지를 카톡 프로필이나 페이스북을 장식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문구로 예쁘게 만든 이미지를 카톡 프로필이나 페이스북을 장식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안녕들하십니까' 사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 고려대 학생이 학내에 붙인 대자보가 SNS 등을 타고 퍼지고 이에 '응답'하는 다수의 대자보가 잇따르며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모처럼 젊은이들의 사회적 목소리가 촉발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나는 안녕사태에 반대한다"
'안녕들하십니까'에 대한 반박은 보수단체에서 먼저 표출됐다. 14일 일간베스트(일베)에는 고려대와 서강대에 부착된 대자보를 훼손하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보수청년단체인 자유대학생연합도 14일 공개적으로 '반박 대자보'를 모집했다.



15일 한국대학생포럼은 긴급성명서에서 "전혀 안녕하지 못하다는 점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면서도 "코레일의 수서발 고속철도가 민영화된다는 유언비어를 진실로 포장하는 데 이 대자보가 이용되고 있다"며 반대를 표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다른' 의견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안녕들하십니까'도 하나의 '선동'이라고 주장하며 불쾌감을 표한다. 세연넷(연세대 커뮤니티)에는 "대자보는 반대의견은 깡그리 묵살하고 조용한 대다수를 마치 사회이슈에 눈감은 사람들로 호도하고 있다(초**)" "철도파업이라는 대자보의 '근거'에 동의할 수 없다. 감정적 선동 말고 좀 더 합리적으로 조용하게 의견을 수렴할 수는 없을까(분**)" 등 다양한 의견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는 하나의 '놀이'로서 확산되고 있다. /출처='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안녕들하십니까'는 하나의 '놀이'로서 확산되고 있다. /출처='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
◇"촛불세대는 걱정한다"

'안녕들하십니까'는 현학적인 단어 대신 대중언어를 사용해 '안녕하시냐'고 안부를 물음으로써 많은 이들이 쉽게 '응답'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장벽을 걷어내고 누구나 소통의 장에 끌어들여 '평등한 소통'을 가능케 했다는 해석이다.

바로 이 '대중적' 운동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불과 몇 년 전 촛불시위를 경험하고,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촛불세대'들은 이번 사태도 구체적인 행동이나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반짝 유행에 지나지 않을지 걱정한다.

대학시절 학생회에서 활동했던 김모씨(28)는 "한동안 위축됐던 젊은 층의 사회운동이 대자보라는 소극적인 형식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본질을 보면 게시판 뒤에 숨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대자보 사태가 얼마만큼 행동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리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모씨(26)는 "사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페북에 '좋아요' 누르고 리본달기 캠페인하듯 덤비는 느낌"이라며 "대자보의 팩트나 논리도 부족하고 편향돼 반대논리에 밀리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우리의 진짜 안녕을 위해"
이제 막 일주일 된 '안녕들하십니까'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단발적으로 끝날지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를 기성세대의 잣대로 평가하기보다는 그 자체의 새롭고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2002년 이후 청년세대는 '촛불시위'처럼 정당이나 시민단체를 떠나 자발적으로 시위현장을 찾고 놀이하듯 정치적 목소리를 내게 됐다"며 "이런 흐름의 연속선상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공', '부자' 담론을 의심하게 된 '안녕세대'가 느껴온 좌절과 흩어진 생각이 이번 계기로 분출된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운동 언어가 꼭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존 운동에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보다 젊은이들의 감성적이고 일상적인 실천이 행동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현상을 과잉해석하거나 과거 운동문화 논리로 평가절하하기보다는 이것을 구체적인 사회담론과 실천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영현 연세대 국학연구원 HK 연구교수는 "사회학계에서는 촛불이 실패라고 하지만 꼭 당장 실체화되고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며 "젊은이들이 이번 사태에 동참했던 '경험'은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미묘하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