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추신수가 만난 '야구의 신세계'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11.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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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형 여기 진짜 좋아, 빨리와"... 여기, 메이저리그는 뭐가 다른가

↑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뒤 축하 파티에서 포즈를 취한 류현진과 유리베(가운데) 푸이그(오른쪽). 류현진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유리베, 그리고 쿠바산 ‘로보캅’ 푸이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먼저 배웠다. 물론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인간계를 넘어섰다는 사이영 투수, 커쇼와도 친하지만 류현진이 미국의 주류(主流)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여전히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은 LA 다저스 공식 트위터에 전속 사진 담당인 존 수우씨가 소개한 것이다.↑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뒤 축하 파티에서 포즈를 취한 류현진과 유리베(가운데) 푸이그(오른쪽). 류현진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유리베, 그리고 쿠바산 ‘로보캅’ 푸이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먼저 배웠다. 물론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인간계를 넘어섰다는 사이영 투수, 커쇼와도 친하지만 류현진이 미국의 주류(主流)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여전히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은 LA 다저스 공식 트위터에 전속 사진 담당인 존 수우씨가 소개한 것이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은 10월15일 자신의 2013시즌 마지막 등판이 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팀의 3-0 완승을 이끈 뒤 그날 저녁 KIA 소속이었던 윤석민과 LA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면서 류현진과 같은 에이전시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에 대행을 맡겨 놓았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박찬호(40)의 두 번째 에이전트였으며 메이저리그에서 ‘슈퍼 에이전트’로 명성을 날리면서도 구단들에는 악명만 높은 ‘스캇 보라스’가 대표이다.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한국 선수들을 총괄하는 에이전트는 한국계 미국인인 ‘테드 여’이며 전승환이사가 서로 협조하고 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중역으로 일하던 테드 여는 박찬호의 친구가 된 후 박찬호가 자신을 메이저리그로 진출 시킨 스티브 김을 떠나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데 도움을 준 바 있다.

테드 여는 당시의 인연으로 결국 스캇 보라스와 함께 일을 하게 됐고 마침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이 이뤄져 아시아 담당 야구 에이전트로 기반을 다지게 됐다.



박찬호가 처음으로 도전해 아시아 출신 최다승인 124승을 거둔 메이저리그에 류현진이 한국프로야구 출신 최초로 뛰어들어 박찬호가 못 이룬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따낸 것은 확실히 수준이 높아진 한국 야구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박찬호와 류현진을 비교하지 않는다. 박찬호는 박찬호의 가치, 그리고 류현진은 박찬호의 개척 세대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는 자주 박찬호와 류현진을 비교해 대선배인 박찬호보다 류현진을 더 곤혹스럽게 한다.

한국야구는 2013시즌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의 관중은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가세해 홀수 구단의 기형적인 체제로 운영됐고, 한화 이글스의 부진 등으로 지난 해에 비해 감소했다.


물론 수치 상이나 여러 분석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한국프로야구 흥행과 시청률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으나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가 케이블은 물론 공중파 MBC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된 것이 분명 의미 있고 주목해야 할 변화를 한국프로야구에 가져왔다.

내년 시즌 한국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인기도가 어떻게 변해갈지 관심사가 돼 있고 한국프로야구계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새해가 와야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행이 가시화될 것이고 신시내티 레즈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메이저리그 정상급 톱 타자 추신수(31)의 새로운 팀도 윈터미팅을 거친 뒤 시간이 흘러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추신수와 윤석민 ⓒ사진=OSEN↑추신수와 윤석민 ⓒ사진=OSEN
류현진의 올시즌 성적, 몸에 공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FA를 앞두고 좋은 기록을 남긴 추신수에 대해 야구 경기적인 결산은 이미 많은 매체가 다투어 내놓았다. 메이저리그,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등이 포스트시즌을 사실상 마치고 오프 시즌에 들어가 이른바 ‘결산 시리즈’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화두(話頭)’를 하나 던지고자 한다.

10월15일 류현진은 1년 위인 윤석민과 저녁을 함께 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설명 없이 “형, 여기 진짜 좋아. 빨리 와!”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는 분명 메이저리그를 말하는 것인데 이를 역으로 접근하면 류현진에게 한국프로야구는 무엇인가 메이저리그와 차이가 있었다고 봐야 옳다.

그 동안 한국프로야구 출신의 메이저리그 직접 진출은 없었다. LG 출신의 좌완 이상훈과 한화 출신 구대성이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갔으나 주전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지 못해 메이저리그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하지 못했다.

반면 류현진은 계약금 500만달러(약 55억원) 포함 6년간 총액 3600만달러(약 400억원)에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보장받고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더 대단한 것은 류현진이 곧 바로 첫 해에 자신의 몸 값이 정당하다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해 보이며 LA 다저스의 제3선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라는 ‘신세계(新世界)’를 경험했다. 그 표현이 ‘형, 여기 진짜 좋아. 빨리 와.’이다.

돌이켜 보면 박찬호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자 1년 뒤 태평양을 건넌 일본인 투수 노모를 비롯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활약한 일본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도 메이저리그를 떠나 일본으로 복귀한 경우가 몇 명 없었다. 다들 메이저리그 잔류를 고집하고 자신을 받아 줄 팀을 찾았다.

메이저리그에는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없는 무엇인가 있다. 심각하게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프로야구 최고 선수들이 류현진의 뒤를 이어 계속 메이저리그와 일본으로 떠나는 것이 되풀이 되면 한국프로야구의 미래가 어둡다. 자칫 외국인 용병에 의존하다 보면 한국프로야구가 아니라 ‘한국과 용병 프로야구’가 되고 만다.

과연 메이저리그의 ‘신세계’는 무엇일까? 실력이 검증된 스타에게 주어지는 거액의 장기계약일 수가 있다.

추신수도 마침내 FA(자유계약선수)가 돼 다년 계약을 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부(富)’를 류현진은 이미 확보했고 추신수 역시 스포츠 거부(巨富) 대열에 합류한다.

또 있다. 메이저리그는 실력이 있는 선수에 대해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 박찬호가 텍사스와 5년간 6500만달러 장기계약을 맺기 위해 텍사스의 홈구장 댈러스 알링턴으로 이동할 당시 톰 힉스 구단주는 자신의 전용기를 보내 그를 극진히 모셨다.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미 프로스포츠는 가치 있는 선수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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