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래소, 내년 미니선물시장 론칭 추진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3.11.1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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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코스피200지수선물의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내년에 미니선물 시장 도입을 추진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는 미니 지수선물(이하 미니선물) 시장 개설, 변동성지수선물 도입 검토 등을 내년 중점 추진사항으로 정했다. 아직 지수선물의 거래단위를 얼마나 작은 수준으로 쪼갤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외국에서는 미니선물시장 도입을 통해 파생상품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옵션승수 인상 등으로 유동성이 크게 줄어든 적이 있어 이에 따른 파생거래 감소를 상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존 지수선물의 미니상품화는 주식의 액면분할과 유사하다. 기업은 자사 주식의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기존 주식 1주를 5~10주로 액면분할한다.

이날 코스피200지수는 258.04를, 코스피200지수선물 12월물은 258.50으로 각각 마감했다. 지수선물의 거래승수는 1포인트당 50만원이다. 지수선물 가격을 산정할 때 지수선물 종가에 이 승수를 곱하면 실제 가격이 나온다. 코스피200지수선물 1계약의 가격이 1억2925만원(258.50 × 50만원)에 이른다.



투자자가 1계약을 전체 가격을 치르고 살 필요는 없다. 레버리지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투자자는 일정 수준의 계약금만 치르면 1계약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현재 투자자가 지수선물 1계약을 살 때 적용되는 증거금률은 12%로 1551만원(1억2925만원×12%)만 내면 1계약을 살 수 있는데 이전에 개시증거금으로 1500만원을 맡겨야 한다. 매매 이후에도 유지위탁 증거금으로 8%(1034만원)을 내야 한다.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만큼 손실위험이 커 결제이행을 위한 담보도 그만큼 크게 설정되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이 좋을 때면 비싼 가격이라도 유동성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최근처럼 증시 안팎의 상황이 불안할 때는 불필요하게 큰 거래단위는 유동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증시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에 휘둘리면서 주식현물시장 거래대금이 줄어들었고 코스피200지수선물의 거래량도 감소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스피200지수선물의 거래량은 2700만 계약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줄었다.

지난해 거래승수가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인상된 코스피200지수옵션까지 더한 한국거래소 파생상품 거래량은 4억2900만계약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2% 감소했다. 거래소 파생거래 순위도 지난해 5위에서 올해 11위로 급전직하했다.



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은 현물시장 유동성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일단 유동성 축소로 시장이 위축되면 기관·외국인 등 주요 투자주체들이 좀더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으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우량기업의 상장과 이 기업들의 이익모멘텀 상승 등으로 주식시장의 활력이 유지된다"며 "하지만 일정수준의 성숙단계에 다다르면 시장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정수준의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여기에 파생상품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미니선물을 검토하게 된 계기도 거래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축을 타개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미니선물 추진이 최근 수년간 '파생상품은 곧 투기조장'이라는 태도로 일관해 온 금융당국의 방침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거래소는 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니선물 도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지만 어디까지 내부 검토 수준일 뿐"이라며 "실제 도입까지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경수 이사장이 관료로서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데다 증권사 사장으로서 경력을 겸비한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해결사'로 나서줄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 이사장은 최근 거래소 출입기자단과 등산행사에서 "파생시장 규제를 일부 풀어서 시장을 육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수차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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