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엔 불황, 발목엔 규제…대기업도 이중악재 죽을맛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민동훈 기자 2013.10.2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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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1년6개월째 마이너스…재래시장도, 중소기업도 못 살린 규제 올가미 풀어야

/그래픽=강기역/그래픽=강기역


국내 유통업계가 소비심리 위축과 과도한 정부 규제 등 이중 악재에 멍들고 있다. 대형마트는 1년 6개월째 역신장에 빠졌고, 백화점 매출 신장률도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추석 전후 소비시장이 반짝 회복되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경기회복 불씨 자체가 근본적으로 살아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다.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2013년 유통산업 통계집'을 살펴보면 유통업의 성장 둔화세가 뚜렷하다. 올해 1∼8월 국내 소매 유통업 성장률은 지난 2010년 6.7%, 2011년 4.5%, 지난해 2.3% 등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편의점과 인터넷쇼핑몰 등은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대형마트이나 전문 소매점은 마이너스 실적에 허덕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도 불황이지만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법, 공정거래법 등 셀 수 없이 많은 규제 때문에 꼼짝 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중소.중견기업을 살리겠다고 무분별하게 쳐 놓은 규제에 걸려 대기업은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1년6개월째 마이너스…백화점도 제자리=이마트 -3.0%, 홈플러스 -7.2%, 롯데마트 -4.9% 등 대형마트 3사는 지난달 일제히 마이너스 매출을 보였다.



3사 모두 올 2월과 6월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후 널뛰기 마이너스 매출을 지속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 1월 -26.2%를 시작으로 4월 -10.6%, 5월 -4.9% 등으로 매출 감소폭이 줄었지만 7월 -5.1%로 감소폭이 다시 커졌다. 홈플러스도 1월 -23%, 4월 -9.5%, 7월 -6.0% 등이며, 롯데마트는 1월 -18.2%, 4월 -9.3%, 7월 -3.0% 등이다.

문제는 대형마트 매출 마이너스 추세가 이미 17∼1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 떨어진 이후 1년 6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4월부터, 롯데마트도 지난해 5월부터 매출 하향 곡선이 뚜렷하다.

백화점도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 올초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벗어났지만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다. 롯데백화점은 이달(27일 현재) 4.5%, 현대백화점은 5.2%, 신세계백화점은 1.2% 매출이 늘어 예년보다는 여전히 낮은 신장률이다.


◇"규제 올가미에 성장 발목…이러다 대기업도 무너질 판"=업계는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데다 정치권과 정부의 각종 규제가 소비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초 개정한 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은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고, 일요일을 포함한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A유통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데다 영업일수 규제, 신규출점 제한 등 이중 삼중 규제가 실적 악화의 직격탄이 됐다"며 "이해당사자 간 합의 때는 휴업일을 다르게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유통법 개정안이 발효된 지난 4월말 이후 일부 지자체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 대형마트들이 일요일 휴무를 선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휴무일 의무휴업을 평일로 바꿔주는 등 탄력적으로 규제를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B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일요휴무는 소비자 불편만 초래할 뿐 전통시장 매출 증가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누구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이고 경제 민주화인지 논의하고 큰 틀의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 규제의 재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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