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동양시멘트 주식담보 ABCP,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3.10.0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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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양, 1570억 발행...고객·판매직원 "사기성 발행", 동양 "사실 아냐"

동양그룹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발행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동양 (914원 0.00%)이 발행한 ABCP 담보인 동양시멘트 (3,060원 ▲85 +2.86%) 주식이 이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가치가 크게 떨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개인투자자나 고객들의 피해가 예상돼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동양그룹이 '사기성 ABCP'를 발행한 뒤 대주주 이익을 위해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동양그룹은 "고의적 의도가 전혀 없었고 법정관리는 개인투자자에게 한 푼이라도 더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법정관리' 동양시멘트 주식담보 ABCP, 무슨 일이?


◇(주)동양, 동양시멘트 주식담보 1570억 ABCP 발행= 논란이 되고 있는 ABCP는 (주)동양이 동양시멘트 보유주식을 담보로 지난 7월과 9월에 발행한 물량이다. 모두 1570억 원 어치에 달한다.

(주)동양은 그룹의 유동성 압박이 계속되자 동양시멘트 보유주식을 유동화하기로 하고 지난 7월 '티와이석세스'란 이름의 ABCP를 600억 원 가량 발행했다. 이후 9월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970억 원 규모의 ABCP가 발행됐다. (주)동양이 마지막으로 ABCP를 발행한 시점은 추석 전인 지난 달 16일(21억 원)과 17일(20억 원)이다.



마지막 ABCP 발행 당시 동양그룹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 하고 형제기업인 오리온그룹에 'SOS(구원요청)'를 보낸 상황이었다. 오리온 오너 일가가 빚 보증(신용보강)만 해 주면 보유자산을 유동화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당시 동양시멘트는 물론 다른 계열사들도 자체 회생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며 "하루 하루 유동성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ABCP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추석 이후 오리온이 신용보강 거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자 급격히 무너졌다. 지난 달 30일 (주)동양 등 3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곳이 추가돼 모두 5개 계열사가 법원행을 택했다.


◇"ABCP 사기성 발행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철회해야"= 문제는 지난 1일 동양시멘트 (3,060원 ▲85 +2.86%)가 예상 밖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ABCP를 산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게 됐다는 점이다. (주)동양이 발행한 ABCP는 계열 증권사인 동양증권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대부분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ABCP 고객들은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로 담보주식 가치가 하락하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룹 경영진의 독려로 이 상품을 판매한 동양증권 직원들도 졸지에 고객을 속이고 불완전판매를 한 '사기꾼'이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양증권 노조는 ABCP 발행이 '사기성'이라고 주장하면서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현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고객과 직원들을 다 죽이고 있다"며 "지금 사기꾼 취급을 당하고 있는 직원들이 믿어 온 것은 동양의 경영진이었는데 결국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직원들과 고객들뿐"이라고 말했다.

◇동양 "동양시멘트 주식가치 보전방법 찾을 것"= 동양그룹은 직원들과 고객들의 동요는 이해하지만 '사기성 발행'이나 '대주주의 사욕'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변했다. "ABCP를 발행할 땐 회생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고 법정관리 결론을 내린 건 지난 달 말의 일이다. 그룹이 무너질 걸 뻔히 알면서도 ABCP를 발행한 게 아니다"(그룹 관계자)는 것이다.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 역시 보유자산을 제값에 팔아 개인투자자들에게 '균등분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상태에서 동양파워 지분(55.02%) 등 자산을 팔아도 선순위인 채권은행들이 다 가져가고 후순위 개인투자자들은 밀릴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법정관리 상태에서 자산을 팔면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BCP의 담보인 동양시멘트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통상 감자 등의 조치로 주식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동양시멘트는 부채비율이 200% 미만이고 통상적인 부실기업과는 다르다"며 "주가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감자 등으로 주식이 휴지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양그룹은 법원이 동양시멘트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 동양시멘트 주식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아 회생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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