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왜 '사회적 금융'인가

머니투데이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 2013.09.09 06:15
글자크기
[기고]왜 '사회적 금융'인가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은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금융이다. 사회적기업과 같이 사회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자금 수요자에 대한 대출, 투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또 저소득·저신용 서민계층의 자활 지원을 위한 ‘마이크로 파이낸스(Micor-finance)', '사회적 가치 투자(Impact Investing)'와도 혼용되는 개념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을 말한다. 올해 7월말 현재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기업의 수는 856개이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인건비 지원, 조세감면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하고 있다.



반면 민간 금융회사의 사회적기업 지원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 몇몇 은행을 빼고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대출실적이 없다. 또한,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구매실적도 미미해 금융회사의 사회적 금융 실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 등 주요국의 경우, 민간 부문의 사회적 금융 실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과 이탈리아에는 사회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예금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사회적기업 및 비영리기구 등에게 여신을 공급하는 사회적 은행(Social Banking)이 운영되고 있다.



브라질과 싱가포르에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자금수요자와 투자자를 연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이 발행한 증권을 거래하는 사회적 증권거래소(Social Stock Exchange)가 설치돼 있기도 하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사회적기업 지원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기업 관련 단체, 사회적기업의 경영진 등에 대한 면담을 실시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사회적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가 20명 내외로 나타나는 등 인력 및 사업규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사회적기업 입장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지원은 금융회사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확대를 통한 판로 개척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부 사회적기업은 금융회사가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할 때 취약계층 지원 경험이 많은 사회적기업과 연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자금 조달의 경우,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심사기준에 미달해 필요한 자금을 빌리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회적기업도 일부 있었으나, 대출 확대를 통한 사업 확장에 부정적인 사회적기업도 상당수 있었다.


우리나라 민간 금융부문의 사회적기업 지원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행,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금융회사의 사회적 금융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금융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무용품, 집기류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구매를 확대하거나 금융회사의 사회공헌활동에 사회적기업이 연계해 참여할 경우 사회적기업의 자생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 사회적기업에 특화된 대출상품을 개발하거나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한 예금상품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금융회사가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고려해 봄직하다.



금융회사의 사회적기업 지원 활성화를 통해 고령자, 장애인, 탈북주민 등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가 확대되고 사회적기업이 주로 수행하는 보건, 복지 등 사회 공헌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도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행을 통해 국민의 금융회사에 대한 기대에 적극적으로 부응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