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수정 놓고 정치권 갑론을박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김태은 기자, 김경환 기자 2013.08.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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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지도부 "문제 많다" 대폭 수정 시사…민주는 "후퇴 안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대폭 손실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 재계가 우려하고 있는 내용들이 크게 조정되고 법안 통과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법안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새누리당 내 일각에서도 필요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26일 "법무부가 만든 안은 어느 진보 정부에서 만든 것인가 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면서 "여론을 수렴해서 내용을 조정하고 당정 협의를 반드시 거쳐서 법안을 제출하도록 해달라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미 재검토를 지시했다"면서 "수정안이 오면 다시 검토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크게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ㆍ전자투표제 도입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집행임원 선임 의무화 등의 내용으로 요약된다.

재계에서는 개정안에 따라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이내로 제한해 별도로 복수의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되면 경영진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집중투표제와 결합해 2대, 3대, 4대 주주들이 이사 1,2명을 추가로 선임하면 최악의 경우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새누리당에서는 감사를 담당하는 이사 선출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범위를 이사 전체에서 1, 2명으로 축소하거나, 집중투표 의무화 시행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母)기업 소액주주가 자회사를 향한 대표소송을 허용한 규정도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소송남발을 우려해 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계열사 등을 제외하고 지배주주의 의결권만 3%로 제한할 경우에는 정부 말을 듣고 지배구조를 지주화시 체제로 단순화시킨 기업들만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등 불합리한 점들이 많다"면서 "경제 활성화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외국계 펀드 등이 경영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경우에는 정부로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재계에서 반발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면서 "재벌들의 감사위원 임명권 제한과 집중투표제를 통한 소액주주들의 재벌 감시 강화 등을 통해 재벌의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민주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혜훈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의 상법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최고위원은 "이번에 정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개정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고뇌가 담겨 있고, 부당한 경제 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고 투명한 경영 관행을 확립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비교적 잘 반영된 고육지책"이라며 "그런데 사실이 아닌 악의적 왜곡과 오도를 일삼는 일부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법개정안을 두고 정치권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면서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여당이 정부에 법안 수정을 당부한 만큼 논의의 틀이 될 정부 법안의 내용이 크게 조정되고 국회에 제출되는 시기도 의견 수렴 등을 거치면서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대, 중소기업을 상생하도록 하는 경제민주화 법안 차원의 이슈가 아니다"면서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했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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