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40세 4000안타' 야구천재의 비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08.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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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기계' 이치로 놀라운 기록 뒤엔 최첨단 야구과학이 숨어있다

↑미일 통산 4000안타 대기록을 작성한 이치로는 타고난 ‘킬러급의 야구 본능(killer instinct)’ 에 첨단 ‘과학(science)’까지 접목시켰다. 그가 사용하는 배트와 스파이크는 매우 과학적으로 보관되고 있으며 특별하게 제작된 것이다. ⓒ사진제공=OSEN↑미일 통산 4000안타 대기록을 작성한 이치로는 타고난 ‘킬러급의 야구 본능(killer instinct)’ 에 첨단 ‘과학(science)’까지 접목시켰다. 그가 사용하는 배트와 스파이크는 매우 과학적으로 보관되고 있으며 특별하게 제작된 것이다. ⓒ사진제공=OSEN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타자, 이치로(40)가 22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전 1회 말 첫 타석에 좌전안타를 쳐내 미(美)-일(日) 프로야구 통산 자신의 4000안타 대기록을 작성했다. 상대 투수는 R.A. 디키였고 구질은 디키의 주무기인 너클볼이었다.

이치로는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한국 야구에 대해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해 우리 팬들을 분노케 만든 '사무라이 재팬'을 상징하는 선수이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1992~2000시즌까지 1278개의 안타를 기록하고 2001시즌부터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지난 해 7월 뉴욕 양키스로 이적할 때까지 시애틀에서만 2533개의 안타를 쳐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2010년까지 10년 연속 한 시즌 200안타를 기록해 '천재 타자' '타격 기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치로는 일본 야구에 대한 감정을 떠나 실력만을 놓고 볼 때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선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가지 더 연구해볼 것이 있다. 그는 자신이 타고난 ‘킬러급의 야구 본능(killer instinct)’ 에 첨단 ‘과학(science)’까지 접목시켰다.



지난 2007년 9월 메이저리그 진출 후 7시즌 연속 200안타 이상을 기록하자 이치로의 야구 과학이 공개됐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일본인 타자 이치로의 배트와 스파이크의 비밀'이 밝혀진 것이다.

이치로가 사용하는 배트와 스파이크가 과학적으로 보관되고 있으며 특별하게 제작된 것이라는 특집 기사였다. 당시 필자는 그 내용을 기사로 소개하면서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문을 품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일본인 선수가 유별나게 티를 내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이치로가 40세의 나이에 통산 4000안타 대기록을 세우고 메이저리그에서만 3000안타 기록을 작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일 통산 4000안타가 메이저리그에서는 2722개째이다. 2014년까지 뉴욕 양키스와 계약돼 있는 그는 메이저리그 3000안타 기록을 세운 뒤 은퇴할 것이 확실하며 이미 명예의 전당 헌액은 보장돼 있다.


↑이치로의 야구에는 과학적 비밀이 있다. 그는 야구배트를 항상 특수 휴미더에 보관하고 일반적인 스파이크보다 1/3정도 가벼운 특별제작된 스파이크를 신는다.  2014년까지 뉴욕 양키스와 계약돼 있는 그는 메이저리그 3000안타 기록을 세운 뒤 은퇴할 것이 확실하며 이미 명예의 전당 헌액은 보장돼 있다. ⓒ사진제공 = OSEN↑이치로의 야구에는 과학적 비밀이 있다. 그는 야구배트를 항상 특수 휴미더에 보관하고 일반적인 스파이크보다 1/3정도 가벼운 특별제작된 스파이크를 신는다. 2014년까지 뉴욕 양키스와 계약돼 있는 그는 메이저리그 3000안타 기록을 세운 뒤 은퇴할 것이 확실하며 이미 명예의 전당 헌액은 보장돼 있다. ⓒ사진제공 = OSEN
이런 사실을 접하며 이치로가 추구한 과학적 접근이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9월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치로는 자신의 배트를 특수 보관함에 넣어 관리했다. 8개의 배트를 넣을 수 있는 크기의 '휴미더(humidor)'를 사용한다. '휴미더'는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장비이다.

흥미롭게도 '휴미더'는 습도 조절과 유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담배의 보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비인데 이치로는 이를 야구에 접목시켰다. 가습 기능이 있는 것을 '휴미디파이어(humidifier)'라고 한다면 '휴미더'는 대조적으로 제습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치로가 자신의 배트를 위해 '휴미더’를 사용하는 이유는 ‘배트를 건조하게 보관해 원래의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다. 그는 "나무 배트는 습기를 빨아들인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게 된다. 따라서 배트를 건조한 상태로 한결 같은 조건 하에 보관할 수 있는 ‘휴미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치로는 무게 880~900그램, 33.5인치 배트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치로는 극도로 예민한 타자이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하는 준비 과정도 언제나 정확히 같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카레’도 같은 맛을 고집할 정도이다. 배트에 더러운 것이 묻었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닦는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신는 스파이크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상을 우려해 삼가고 있지만 그는 40세인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는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치로는 타고난 재능만으로도 부족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과 계약한 용품 업체가 특수 제작해준 스파이크를 신는데 무게가 약 241그램(8.5 온스) 밖에 나가지 않는다. 야구 선수들이 착용하는 스파이크는 평균 369그램(13온스)이며 이치로는 그 보다 1/3 정도 가벼운 것을 신고 뛴다.

이치로는 특수 제작 스파이크로 더 가벼워진 발을 이용해 한 시즌에 최소한 몇 개의 안타를 더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4000안타 대기록에도 과학적으로 제작한 스파이크가 보탬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이치로의 유별난 방식은 일본야구 특유의 지나칠 정도까지 세밀한 접근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아직까지 필자는 이치로 말고는 한국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 개인적으로 휴미더를 이용해 배트를 보관하는 선수가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물론 일본 프로야구에는 존재할 것으로 생각한다.

올시즌 기습 폭우에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 날씨에 우리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마가 아니라 갑자기 쏟아졌다가 그치는 소나기에 열대성 스콜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단지 몇 그램의 무게 변화에도 신경을 쓰는 이치로의 야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4000안타 대기록을 접하면서 고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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