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이 주식을 사면…'부화뇌동'하라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8.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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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7>정보의 캐스케이드(cascade) 효과…불확실성 제거된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임종철 디자이너/그림=임종철 디자이너


월가의 큰 손 칼 아이칸(Carl Icahn)은 지난 13일 아이폰·아이패드 제조업체인 애플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깜짝 공개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애플 주가는 수직 상승, 장중 6% 가까이 치솟았다.

그 다음날엔 또 다른 월가의 큰 손인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전분기에 애플 주식 투자를 2배로 늘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가는 7개월여만에 장중 처음으로 500달러를 뚫었다.



아이칸과 소로스는 최근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모두 약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월가의 큰 손.

그런데, 이들 월가의 큰 손이 애플 주식을 샀다는 사실에 왜 주가가 급등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연한 거 아니냐며 오히려 이 질문을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지난 이틀간 애플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틀간 7% 가량의 주가 급등은 당연한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들의 주식 매입은 이미 올 초 아니면 전분기에 이뤄졌다. 13~14일에 드러난 사실은 그저 이들이 애플 주식을 과거에 매입했다는 ‘역사적’ 사건일 뿐이었다.

효율적 시장가설(EMH)을 추종하는 이들은 과거 정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으며 오로지 새로운 정보만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따라서 효율적 시장가설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이틀간의 애플 주가의 급등은 도저히 설명될 수 없다. 단지 과거의 죽은(stale) 정보에 흥분한 비이성적, 노이즈(noise) 트레이더들이 주가를 끌어 올렸지만 이성적인 아비트라저(arbitrageur)에 의해 금방 주가는 원상태로 되돌아 올 거라 주장할 뿐이다.

그런데 행동재무학은 좀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로스앤젤레스(UCLA)의 이보 웰치(Ivo Welch) 교수는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에 놓인 사람들은 ‘드러나는’ 주가의 변동을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입수, 자신들의 목표주가를 수정한다고 주장한다. 재무학에선 이를 ‘정보의 캐스케이드’(information cascade) 효과라 부른다.


정보의 캐스케이드 효과는 기업공개(IPO)시 쉽게 발견된다. 외부투자자들은 기업공개에 나서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정보가 빈약하다. 기업공개 전에는 이들 비상장기업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투자자들은 내부자나 VC(벤처캐피탈리스트)에 비해 심각한 정보 비대칭에 놓여 있다. 따라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질 위험이 크다.

이때 외부투자자는 수요예측 과정을 통해 최종 공모가가 당초 예정가보다 높게 결정되는지 아니면 낮게 결정되는지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만약 최종 공모가가 당초 예정가보다 높게 결정되면 외부투자자는 기업공개가 좋은 투자라는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고, 반대로 최종 공모가가 당초 예정가보다 낮아지면 좋지 않은 투자라고 재인식하게 된다. 즉 외부투자자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 과정을 지켜보며 새로운 정보를 입수, 자신의 목표주가를 재수정한다.

이제 정보의 캐스케이드 효과를 최근 애플 주가 급등에 대입해 보자. 애플 주가는 지난해 9월 700달러에 달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맹추격, 아이패드의 영업마진 축소 등의 우려로 인해 최고가 대비 40%이상 추락, 좀처럼 반등을 못하고 있었다.

이때 월가의 큰 손들이 대량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애플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선뜻 애플 주식 투자에 나서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월가의 큰 손은 뭔가 새로운 좋은 정보를 가진 것으로 판단, 대거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칸은 트위터로 자신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깊은 대화를 가졌음을 밝혔다. 또한 증권사 한 곳은 곧바로 목표주가를 525달러로 올렸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이란 자신의 뚜렷한 소신 없이 다른 사람이 하는 데로 따라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부화뇌동은 단순히 줏대없는 사람이란 뜻을 떠나 결국 손실을 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루머와 불확실이 난무하는 주식투자에서 부화뇌동하면 안된다는 충고가 많다.

그런데 정보의 캐스케이드 효과는 정보의 비대칭하에서 부화뇌동이 결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며 오히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큰 손이 주식을 살 때는 부화뇌동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好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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