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폭락' 또 온다? 확률 따져보니…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8.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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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6> '있기 힘든' 6-시그마 현상, 그러나 현실에선 더 빈번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그림=강기영 디자이너


“2013년 하반기에 1987년과 같은 증시 대폭락이 올 것이다”

닥터 둠(Dr. Doom)이란 별명을 가진 마크 파버(Marc Faber)는 지난 8일 올 하반기에 주식시장이 1987년과 같은 대폭락을 겪을 것이란 무시무시한 전망을 내놓았다.

1987년 대폭락(Crash of 1987)으로 기억되는 1987년 10월19일, 미국 증시는 하루에 무려 22%나 폭락했다. 이날 하락률은 미 증시 역사상 최고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재무학에선 1987년 대폭락과 같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지극~히’ 낮다고 본다. 얼마나 낮은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통계학에서 배운 지식을 잠깐 빌려보자. 통계학에선 특정 사건이 일어날 경우를 확률분포를 이용해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내기를 생각해 보자.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100원을 벌고 뒷면이 나오면 100원을 잃는 내기다. 그렇다면 동전을 연속해서 100번 던진 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 내기에 사용되는 동전이 올바르게 만들어졌다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1/2씩 동일하다. 그러나 연속해서 100번을 던졌을 때 실제로 나타나는 결과는 앞면 50번+뒷면 50번이 아닐 수 있다. 극단적으로 앞면만 100번 연속해서 나올 수 있고, 반대로 뒷면만 100번 연속해서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이 동전 던지기 내기를 100명에게 각각 실시하고 그 결과를 모아 보자. 그러면 정중앙이 불쑥 솟은 종모양의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이 그래프의 정중앙엔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경우가 위치하고 발생빈도가 낮을수록 정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통계학에선 정규분포 그래프의 정중앙인 평균(μ)에서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표준편차라는 계량적인 수치를 이용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표준편차는 그리스어 시그마(σ)로 표현한다. 따라서 1σ 보다 2σ가 평균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고 숫자가 커질수록 더욱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그럼 1987년과 같은 증시 대폭락이 일어날 경우는 정규분포 그래프상에서 어디에 위치할까? 재무학에선 1987년 대폭락과 같이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은 현상을 가르켜 6-시그마 현상(6-sigma event)이라 부른다. 그런데 6σ의 위치는 일반적인 정규분포 그래프상엔 나타나 있지도 않다(의심스러우면 직접 google에서 normal distribution을 검색해 보시길. 대개 3σ나 4σ까지만 나와 있는게 고작이다). 확률을 직접 계산해 보려해도 공학용 계산기가 아니면 제대로 계산조차도 어렵다. 그만큼 6-시그마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낮다는 얘기다.

2008년 케빈 다우드(Kevin Dowd)외 3명의 영국 재무학자들은 주식시장에서 1987년 대폭락과 같은 6-시그마 현상이 일어날 확률을 조사했다. 2008년이면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또 다른 대폭락을 경험하던 시기였다. 이 당시 상황은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5-시그마 현상이라 부를 만큼 심각했다.

이들은 증시가 대폭락하여 정규분포의 정중앙에서 6σ 만큼 멀어질 확률이 이론상으로 0.000000099%(손실을 볼 확률만)라고 계산했다. 이는 약 10억1천만日 혹은 약 4백4만年에 한번 일어날 확률과 같다. 따라서 이론상으론 한 사람이 일평생동안 1987년 대폭락과 같은 6-시그마 현상을 볼 확률은 제로인 셈이다. 아무도 4백만년이상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선 어떨까? 우린 지난 30년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이미 6번이나 6-시그마 현상이 일어나는 걸 목격했다. 1987년 증시 대폭락(Crash of 1987), 1994년 중남미국가의 외환위기(Mexican Crisis 혹은 Tequila Effect), 1998년 아시아국가의 외환위기(Asian Crisis, 한국에선 IMF위기라 불린다),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1998 Russian Financial Crisis), 2000년 닷컴 버블 붕괴(2000 dotcom Bubble Burst), 그리고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Global Financial Crisis) 등등이 모두 6-시그마 현상에 해당된다.

이론상으로 4백만年을 살아야 한번 볼 수 있는 희귀현상을 벌써 6번이나 봤으니 통계학적으로 앞으로 죽을때까진 더이상 6-시그마 현상은 없으리라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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