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 야외공연장 '뮤직텐트'
"강원도가 이렇게 음악축제로 유명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일회성 행사가 아닌 10년째 훌륭한 축제를 하고 있다니요. 고향이 원주인 저로서는 감회가 남다르죠." (피아니스트 손열음)
매 공연마다 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다른 공연장에서와는 또 다른 여유를 가지고 오감으로 음악을 흡입하는 듯 했다. '노던 라이츠(Northern Lights)-오로라의 노래'를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북유럽 출신 작곡가들의 음악과 민속음악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지난 25일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 저명연주가시리즈Ⅰ에서 선보인 핀란드 작곡가 아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85)의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은 처음으로 단 한번 들었지만 잔상이 꽤 오래 남았다. 도입부터 오묘하고 재미있는 선율로 객석의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마지막엔 북유럽 자연의 신비마저 느끼게 했다. 현악기로만 연주를 하는데 오르간의 음색이 전해지는가 하면, 어떤 부분은 즉흥연주를 펼치듯 불협화음과 엇박자로 익살스러운 흥을 돋우기도 했다. 핀란드 민속 선율과 고풍스러운 리듬이 이토록 친근하게 느껴질 줄이야.
27일 오후 7시20분,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핀란드 지휘자 사샤 마킬라가 이끄는 GMMFS오케스트라가 '아이슬란드 민속 춤곡'을 연주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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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의 깊은 밤은 시공을 초월해 연주자와 관객 모두를 북유럽의 어느 숲속으로 안내하는 듯 했다. 저명 연주자들과 객석에 함께 앉아 아련한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대자연과 예술의 고귀함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 이 매력적인 평창에서 남은 음악제를 즐겨보면 어떨까.
오는 3~4일(토~일) 저명연주가시리즈는 3차례 더 남아있다. 3일 2시에는 작곡가 이영조의 '첼로와 대금과 타악기를 위한 모리'를 정명화(첼로)·김진성(대금)·설현주(타악기)가 세계 초연하며, 오후 7시30분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손열음·김다솔이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한다. 4일 오후 5시에는 비발디의 '사계'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폴 황·클라라 주미강·이유라가 나눠서 연주한다.
27일 오후 2시,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시리즈 장면.
(위, 왼쪽부터) 27일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시리즈에서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즈, 기타리스트 장대건, 첼리스트 박상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이 파가니니 '기타 사중주 15번 A단조, MS42'를 연주했다.
(아래,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 피아니스트 백혜선, 첼리스트 정명화가 드보르작 '피아노 삼중주 B플랫 장조 B. 52'을 연주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
(위, 왼쪽부터) 27일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시리즈에서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즈, 기타리스트 장대건, 첼리스트 박상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이 파가니니 '기타 사중주 15번 A단조, MS42'를 연주했다.
(아래,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 피아니스트 백혜선, 첼리스트 정명화가 드보르작 '피아노 삼중주 B플랫 장조 B. 52'을 연주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