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 데이트, 마음도 연주도 잘 맞았죠!"

머니투데이 평창=이언주 기자 2013.07.3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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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관령국제음악제 피아니스트, 손열음·김다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김다솔이 지난 26일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쟝-폴 프넹의 '1930년 파리의 추억'을 함께 연주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김다솔이 지난 26일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쟝-폴 프넹의 '1930년 파리의 추억'을 함께 연주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


강물 위를 가물거리는 가로등 불빛,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그림자조차 따스하게 느껴지는 밤길을 따라 골목을 돌아서면 어쩐지 피카소나 헤밍웨이와 마주칠 것만 같다. 신령스러운 예감마저 물씬 느껴지는 이곳은 바로 1930년 파리.

가본 적 없는 1930년의 파리를 무한한 상상력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은 지난 2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피아니스트 손열음(27)과 김다솔(24)의 무대. 올해 10회를 맞은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저명연주가 시리즈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연주한 곡은 프랑스 작곡가 쟝-폴 프넹(64)의 '1930년 파리의 추억' 중 피아노 이중주다.



한 대의 피아노 건반 위로 스무 개의 손가락이 춤을 춘다. 베테랑 무용수들이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무대를 활보하듯 유려하게 펼쳐진 연주, 그 화려하고도 고풍스러운 왈츠선율은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원래는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이지만 이번 연주를 위해 작곡가가 새롭게 다듬었다.

다음날 두 연주자를 만났다. 마치 파리에 다녀온 듯했다며 전날 연주에 대해 칭찬하자 시원시원하고 자신감 넘치는 손열음의 한마디. "저희가 했던 연습, 리허설 보다 어제 무대에서 제일 잘 했어요. 다솔아 맞지? 하하."



독일 하노버에서도 옆집에 산다는 손열음(왼쪽)과 김다솔은 때론 남매 처럼 때론 친구 처럼 지내며 서로의 음악을 지켜봐주고 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독일 하노버에서도 옆집에 산다는 손열음(왼쪽)과 김다솔은 때론 남매 처럼 때론 친구 처럼 지내며 서로의 음악을 지켜봐주고 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
"다솔아" "누나" 하며 서로 주고받는 대화와 장난 속에 오랜 친밀감이 느껴졌다. 음악에 대한 서로 비슷하거나 다른 생각에 대해서 교감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이들 사이에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 교수를 사사하고, 같은 동네 바로 옆 건물에 살고 있는 것도 이들을 가깝게 했을 터.

대관령국제음악제 측에서 손열음에게 '두 대의 피아노 연주'를 제안하며 함께 연주할 피아니스트를 섭외하라고 했을 때, 마침 친해진 옆집 사는 김다솔을 떠올릴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슈베르트와 슈만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는 닮은 점이 있지만 연주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하지만 손열음은 함께 연주할 때 스타일이나 취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음이 잘 맞으면 연주도 잘 맞는다는 것.

"다솔이는 진짜 빨라요. 레슨 때 협주곡 연습하면서 오케스트라 파트를 다솔이가 피아노로 쳐준 적이 있는데, 처음 보는 악보를 거의 완벽하게 치더라고요."


칭찬받은 김다솔이 재빨리 "누나보다 빠르진 않죠"라고 받아친다. 그는 손열음에 대해 "작품을 보는 범위가 남다른 점이 존경스럽다"며 "단지 작곡가와 음악만 보는 게 아니라 곡을 쓴 배경이나 역사까지 이해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다음달 3일 이번 음악제에서 또 다시 한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초연 100주년을 맞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선보인다. 연주를 앞둔 손열음이 다부진 소감을 전했다.

"워낙 훌륭한 대작이고 발레음악이자 극장음악이기도 해서 피아노연주만으로 그 느낌을 주려면 새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죠. 그 부분을 잘 극복해서 마음 맞는 다솔이와 함께 좋은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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