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된 김씨 "'미친 전셋값'에 갈 곳이 없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3.07.1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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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월세고집…인근지역 전세물건 '하늘의 별따기'

계약 만료된 김씨 "'미친 전셋값'에 갈 곳이 없다"


 #수원 권선구 권선자이e편한세상 아파트 84.94㎡(이하 전용면적)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43.남)는 요즘 다가오는 전세만료기간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한다는 통보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인근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2011년 9월 분양 당시 전세가격은 2억3000만원. 2년새 전세가격은 5000만원 정도 올랐다. 김 씨는 대출을 받아 오른 전세시세라도 재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집주인은 월세를 고집했다. 월세 조건은 보증금 1억원에 월 80만원인데 김 씨가 월세로 살 경우 2년간 1920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돌려받는 전세 보증금 1억3000만원을 정기예금(금리 연 3%)에 넣는다해도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780만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인근 지역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 해도 매물은 단 한건도 없다는 점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전세 물건이 정말 없다"며 "8월이나 돼야 좀 나오겠지만 전세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친 전셋값'의 상황이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폭은 더 커졌다. 서울이 주간 0.1% 올랐고 신도시와 수도권은 각각 0.04%, 0.03% 상승했다. 서울 전세시장은 47주 연속 오르고 있다. 구로구(0.23%)와 송파구(0.22%), 마포구(0.18%), 서대문(0.18%), 동작구(0.16%), 강동구(0.15%) 등이 상승했다. 김은선 부동산114 연구원은 "세입자는 재계약을 선호하고 있지만 전셋값 폭등에 물건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규 아파트 입주물건도 적어 예년보다 전세시장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전셋값 폭등의 원인은 △구매력 있는 세입자의 주택매입 보류 △재계약율 증가 △월세전환 등 세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집값 하락을 우려하며 주택구입을 미루는 수요가 전세시장에 대거 남아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56.7%로, 2002년 11월(56.3%) 이후 10년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이 60%를 넘는 가구는 148만5659가구로 5년새 1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학군이 좋은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송파구 잠실엘스의 경우 119.93m²(전용면적) 전세매물이 가장 귀하다. 전세가격은 7억5000만~8억원 수준이다. 초·중·고교가 모두 단지 내에 있어 전세 수요가 많지만 물건은 아예 씨가 말랐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공통된 목소리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통상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가 넘어서면 매매가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매수자들의 소극적 움직임으로 매매거래는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약율 급증도 전세 품귀현상을 부추기며 전셋값을 높이고 있다. 금리 인하로 전세대출 조건이 양호해지면서 재계약율이 늘어 물건 자체가 줄어들은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3~4인 가족이 거주할 투룸 전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최근 2년동안 집중적으로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이 전세가 아닌 월세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전문위원은 "월세전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전세를 내놓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월세에는 소득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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